1979년 10월16일 오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도서관 앞에 박정희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홍보물이 뿌려졌다. 이어 학생 수천명이 스크럼을 짜고 ‘독재타도’를 외치며 운동장을 거쳐 경찰의 저지를 뚫고 시내로 진출했다. 10월 부마민주항쟁의 시작이었다.
부산대생들의 시위는 이웃한 경남 마산까지 번졌다. 놀란 정권은 부산과 마산에 계엄령과 위수령을 내렸고 부산·마산 시내엔 무장한 군인들이 쫙 깔렸다. 박 대통령은 그달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을 맞아 숨졌다. 18년간 이어진 박정희 독재정권은 부산대생들의 시위 시작 열흘 만에 막을 내렸다.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민주항쟁의 하나이지만 다른 항쟁에 견줘 주목받지 못했다. 항쟁 40돌을 맞은 2019년에야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대부분 부산대 학생들조차 부산대가 부마민주항쟁의 발원지라는 점을 잘 알지 못한다.
이에 지난 8일 부산대는 부마민주항쟁 42돌을 맞아 부마민주항쟁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강좌를 개설했다. 비교과이지만 부마민주항쟁을 부산대에서 강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의 제목은 ‘우리 선배들의 자랑스러운 역사 부마민주항쟁―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부산대 민주화 운동의 역사’이다. 다음달 13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90분 동안 다섯차례 비대면으로 열린다.
강의 내용과 강사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와 부마항쟁의 의미(홍순권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부산대 10·16 민주화 항쟁과 나의 이야기(정광민 10.16부마항쟁연구소 이사장) △10·16부마항쟁과 5·18민주화운동(김창규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교수) △부산대 부마항쟁 참여자의 구술과 현재(차철욱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 △1980년대 부산대 민주화 운동 열사들의 삶(이관우 부산대 민주동문회 전 사무국장) 등이다.
이번 강의는 부산대 교양교육원이 주최한 ‘비교과 학생 공모전’을 통해 마련됐다.
김승룡 부산대 교양교육원장은 “부산대 학생들이 스스로 강좌를 요청해, 부마민주항쟁의 발원지인 부산대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부마민주항쟁의 의미와 개요를 배우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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