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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늘려야” “더는 안돼”…공공기관 ‘지역 채용 할당’ 딜레마

등록 2021-09-08 04:59수정 2021-10-22 00:12

지방 이전 공공기관 130곳 3년간 지역 인재 4470명 채용…약 26%
45곳은 채용 않거나 극소수 뽑아…정부 권고 35%에 못 미쳐
‘지역 30%+그외 비수도권 20%’, 일부선 국가균형발전 해법 제안
부산혁신도시의 하나인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63층). 한국거래소·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입주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혁신도시의 하나인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63층). 한국거래소·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입주했다. 부산시 제공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국토균형발전은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라는 양날개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행정수도 이전은 국회 등이 제외되면서 반쪽짜리라는 평가와 함께 국회 등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공기관 이전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지역에서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더불어 지역인재 채용과 관련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3년 실적 보니

2007년 2월 시행된 혁신도시특별법에서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해당 지역 고교를 졸업하고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이전한 지역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했다. 그 기준은 2018년 18%에서 2019년 21%→2020년 24%→올해 27%→내년 30%까지 올라가도록 했다.

부산시가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2018~2020년 지방 이전 공공기관별 지역인재 채용 실적’을 보면, 이 규정에 따라 지방 이전 공공기관 130곳에서는 최근 3년 동안 지역인재 4470명(의무채용 대상이 아닌데도 채용한 지역인재 제외)을 채용했다. 전체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 인원 1만7116명의 26.1%다. 혁신도시특별법에 규정한 18%(2018년)~24%(2020년)보다는 높지만,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과 ‘공공기관 인력운영 방안’(기획재정부, 2017년)에서 권고한 35%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세종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46.2%로 가장 높았지만 인원이 6명에 그쳤다. 이어 대전혁신도시(33.8%·319명)와 부산혁신도시(33.2%·432명)가 높은 축에 속했다.

절대 숫자에서는 광주전남혁신도시가 1101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2위 경북혁신도시(498명)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광주와 전남 2개 광역단체가 공동으로 조성한 혁신도시인 점을 고려해도, 채용 인원이 가장 많다. 일등공신은 전남 나주로 본사를 이전한 한국전력공사다. 신입사원 2934명 가운데 655명(22.3%)을 지역인재로 채웠다.

2위인 경북혁신도시에서는 경주로 본사를 옮겨간 한국수력원자력(247명), 3위인 경남혁신도시(476명)에서는 진주에 본사가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208명) 기여분이 컸다.

인구수 대비 채용 인원은 부산이 적은 편이었다. 지역인재 432명(33.2%)이 채용됐지만 부산 인구(336만명)를 고려하면, 인구 153만명에 398명(26.9%)이 취업한 강원도 등에 크게 못 미쳤다. 금융공공기관들이 주로 이전해 와, 고용 파급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대전혁신도시는 지난해에야 지정됐지만 17개 공공기관에서 지역인재 319명(33.8%)을 채용해 눈에 띄었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공공기관 130곳 가운데 45곳(34.6%)은 지난 3년 동안 전국 단위 모집을 해서 지역인재를 한명도 뽑지 않거나 극소수만 선발했다. 혁신도시법 시행령(30조의 2)에서 △채용모집 인원이 5명 이하 △경력직 △석사학위 이상 연구직 △지역본부·지사 별도 채용이나 지역본부·지사에서 5년 이상 근무 등 경우엔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시의 경남혁신도시. 경남도 누리집 갈무리
경남 진주시의 경남혁신도시. 경남도 누리집 갈무리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인 셈법

최근 3년치 지역인재 채용 실적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비수도권 자치단체들과 지방대학들은 미약하지만 지역인재 의무채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지방대학 일부 학과에 신입생이 몰리기도 한다. 전남대 전기공학과는 교과전형 입학생 평균 등급이 2015학년도 2.8등급에서 2019학년도 이후 1.5~1.6등급으로 뛰었다. 수도권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 합격선과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이다. 광주전남혁신도시에 입주한 한전·전력거래소·한전케이피에스·한전케이디엔 등 덕분이다. 전남대 입학처 관계자는 “광주전남혁신도시에 공공기관들이 입주한 뒤부터 전기공학과의 신입생 합격선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보면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입주해온 자치단체나 지방대학들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5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사자인 공공기관들은 부정적이다. 지사 순환배치가 어려워지는 등 조직 운영에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고, 수도권 대학 졸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부산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인사부서 팀장은 “지역인재들과 수도권 대졸자의 업무능력 차이를 느끼지 않지만, 10년 뒤면 특정 지역 출신자들이 너무 많아지고, 수도권 대학 졸업자들의 역차별 주장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인재 채용이 요즘 젊은층들이 특히 민감해하는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부적으로는 비수도권 자치단체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갈린다.

울산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석유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4곳은 에너지 전공자 수요가 많지만, 울산에는 4년제 종합대학이 2곳뿐이어서 충족시키기 힘들다. 이에 울산시와 경남도는 지난 7월 울산·경남혁신도시 입주 공공기관이 신입사원 채용 때 지역인재 쿼터를 공유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울산과 경남 출신들이 두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에 입사지원서를 동등하게 낼 수 있는 자격을 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울산·경남과 함께 메가시티 구상을 하고 있는 부산은 여기서 빠졌다. 울산·경남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대학이 많은 부산 지역 학생들이 지역인재 쿼터를 잠식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시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나주시 누리집 갈무리
전남 나주시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나주시 누리집 갈무리
문제점 보완할 대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갈리는 상황에서,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릴 방법은 없을까.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제안이 솔깃하다.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50%로 상향하되, 30%는 지금처럼 이전 지역 학교 출신을 뽑고 20%는 이전 지역 외의 비수도권 학교 출신을 채용하면 된다.”

그는 수도권 대학 졸업자들의 역차별 주장과 관련해서는 “30%+20% 방안을 담은 법률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입학한 학생부터 적용한다는 경과 규정을 두거나 시행 시기를 5년 이후로 규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12월~올해 4월 사이 혁신도시법 개정안 5개가 발의됐는데, 유기홍·김윤덕·최인호 의원 등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을 50%로 높이되 이전 지역 인재는 25~30%, 이전 지역 외 비수도권 인재는 20~25%를 제안했다.

전재수 의원 등은 “지역인재 범위에 지방대학원을 졸업하거나 수료한 사람도 포함하고, 모자랄 경우 해당 지역 고교를 졸업하고 다른 비수도권 대학(원)을 나온 청년을 채용하자”고 제안했다. 오영훈 의원 등은 의무채용 예외규정 범위 축소를 개정안에 담았다.

차 총장은 “개인의 생애주기로 볼 때 고교 졸업 뒤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수도권 인구 집중의 핵심”이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교를 졸업한 지역인재가 지방대학을 선택하게 하는 효과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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