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포항시청에서 열린 포항 지진 진상조사 결과를 들으러 온 시민들이 “미흡한 진상조사 전면 거부” “촉발지진 방치한 정부는 사과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규현 기자
2017년 11월 일어난 진도 5.4 규모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으로 인한 지진 위험성을 제대로 관리하거나 알리지 않아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포항시와 포항시민들은 제대로 된 책임 규명이 빠졌다고 반발했다.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학은)는 29일 오후 경북 포항시청에서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 수행자와 관리·감독자가 각각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법적·제도적 미비점이 결부돼 발생했다”고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2019년 3월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지진 원인이 지열발전이라고 발표하자, 포항시와 주민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적절한 배·보상을 요구하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포항지진 피해구제법이 제정되고 진상조사위가 꾸려져 1년 넘게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사위원회는 자원개발·탐사 전문업체인 넥스지오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산학협력단 등으로 구성된 지열발전사업자인 넥스지오컨소시엄이 지진 발생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고 밝혔다. 2015년 2.0 이상 지진이 일어나면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기상청·포항시에 보고하는 ‘신호등 체계’를 만들었는데, 2016년 12월23일 규모 2.2 지진이 일어나자 3일 뒤 보고 기준을 규모 2.5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고 대상 기관에서 포항시와 기상청을 빼기도 했다. 큰 지진의 전조 신호일 수 있는 작은 지진들을 아예 무시하도록 시스템을 ‘개악’한 셈이다. 조사위는 넥스지오 대표와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2명, 서울대학교 책임자 1명 등 4명을 검찰에 통보하고 수사를 요청했다.
관계기관의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017년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3.1 지진을 신호등 체계를 통해 보고받았지만, 원인 규명 등에 나서지 않았다. 포항시 역시 지열발전 사업과 지진의 연관성을 찾거나 안전관리 방안을 요구하는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29일 오후 포항시청에서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포항시 제공
조사 결과 발표에 포항시와 주민들은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그만하소”, “아무것도 들을 게 없다”, “치아라”(치워라) 등 소리를 치며 퇴장했다. 공원식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검찰 수사 요청 대상에서 관리·감독기관인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빠졌다. 근본적으로 몸통만 뺀 겉핥기식 조사”라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검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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