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멀리 보이는 오른쪽 대규모 건물 3채가 엘시티다.
부산지방검찰청이 엘시티 쪽에서 명절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은 부산시와 해운대구, 부산도시공사 전·현 간부들을 불기소 처분했다가 뒤늦게 일부를 재판에 넘겼다.
부산참여연대는 26일 “부산지방검찰청이 이날 엘시티 쪽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부산시 전·현직 간부 9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8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불구속 기소된 9명만 형사재판을 받는다.
불구속 기소된 9명 가운데 1명은 부산시 2급이고 나머지 8명은 퇴직했다. 기소유예 처분된 8명은 모두 퇴직했다. 퇴직자 대다수는 부산도시공사 사장 등 부산시 산하기관의 임원을 지냈다.
앞서 부산지방검찰청은 엘시티 시행사의 실소유자인 이영복 회장이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한 의혹을 수사한 뒤 2017년 3월 12명을 구속 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전·현 부산시·해운대구·부산도시공사 간부, 대학교수, 부산시 도시계획위원 28명 등 100여명이 2009년 9월~2016년 2월 반복적으로 엘시티 쪽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으나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공직자들은 부산시·해운대구·부산도시공사에 비위 혐의를 통보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
이에 부산참여연대는 2017년 5월 이 회장이 엘시티 아파트 로열층을 미리 빼돌려 불법 분양을 했다며 43명을 고발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이 회장이 2009년 9월~2016년 2월 부산시 전·현 고위직 등 100여명한테 2억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공여했다”는 등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의 아들과 분양대행사 대표 등 2명만 불구속 기소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3월 이들 2명한테 주택법 위반 혐의로 1천만원씩의 벌금을 선고했다.
이에 지난 3월 부산참여연대와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는 “2016~2017년 부산지방검찰청의 엘시티 사건 수사가 부실했다”며 당시 수사 검사와 검찰 지휘부 등 13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6월 엘시티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사와 지휘부를 입건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검찰이 4년이 지나서 부산시 전·현 간부들을 기소한 것은 공수처가 엘시티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한 검사와 지휘부를 입건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시지탄이지만 검찰이 부산시 전·현 간부들을 뒤늦게 기소한 것은 4년 전 불기소 처분이 봐주기 수사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 부산시 간부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유관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퇴직한 고위직들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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