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성북동의 도로 공사 구간 중 가덕진성 유적 발견으로 공사가 중단된 구간.
지난 15일 부산 강서구 성북동에 있는 덕문중학교 근처 성북마을 동선길. 천가초등학교와 덕문중 사이 170여m, 너비 2~3m 좁은 외길에서 마을 밖으로 나가는 차량과 들어오는 차량이 맞닥뜨렸다. 마을 밖으로 나가던 차량은 비킬 공간을 찾지 못해 잠시 주춤거렸다. 안으로 들어오던 차량을 몰던 주민은 “이쪽으로는 차 돌릴 곳이 마땅치 않으니 그대로 다시 후진해야 한다”고 외쳤다.
밖으로 나가려던 차량을 운전한 김아무개(46)씨는 “가덕도 해안도로를 돌면서 드라이브를 즐기려다 길을 잃고 이 도로에 들어섰는데, 골목길 정도로 좁아 운전하기 어렵고 불편하다. 다른 길을 찾지 못해 차 돌릴 곳을 찾던 중”이라고 답했다. 결국 김씨는 외길을 따라 가덕도파출소 근처 삼거리까지 그대로 후진해야 했다.
주민 권아무개(74)씨는 “마을 안팎으로 통하는 도로(동선길)지만,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정도다. 농로나 골목길 정도여서 대형차량은 들어올 수 없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되면 주민들 차량이 뒤엉켜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관할 강서구청에 학교 사이의 외길을 우회할 수 있는 도로 개설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학교들과 파출소, 마을회관, 집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도로 개설 공간 확보가 쉽지 않자 강서구청은 2019년 4월 마을 남쪽의 텃밭 등을 정리해 공간을 만든 뒤 가덕도동행정복지센터까지 이어지는 연결도로 개설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천가초·덕문중·덕문고와 연결되는 328m 공사 구간 가운데 150m가량 구간에서 가덕진성의 옹성(성벽)과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밖을 둘러 파서 도랑처럼 만든 방어시설) 일부가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가덕진성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48년 전인 1544년 왜구가 경남 통영시에 침입해 백성과 말을 약탈한 사량진왜변이 발생하자 축성이 시작됐다. 앞서 1509년 관리와 백성 등 9명이 왜인에게 살해당하자 가덕도진 설치 논의가 처음 일었다. 왜구들이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가덕도를 남해안 노략질의 전초기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성북마을도 성의 북문에 있던 마을이라는 뜻이다. 현재는 성터 대부분이 훼손돼 천가초·덕문중 담에서나 옛 성곽 모양 일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부산 강서구 성북동의 천가초등학교와 덕문중학교 사이의 도로. 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인 이 도로가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도로다.
성북마을 도로들은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거나 그마저도 안돼 인도 통행만 가능하다. 주민들은 우회도로 개설을 요구해 공사가 진행됐으나, 가덕진성 유적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지돼 불편을 겪고 있다.
문화재청은 1년 넘도록 문화재 현장 조사와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난해 10월 보존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 구간에는 차량통행 차단 시설물이 설치됐으며 비포장 상태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도로 완공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김아무개(47)씨는 “구급차나 소방차가 드나들기도 어렵다. 드나드는 차들이 많으면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문고 관계자는 “도로가 좁아 학생들 등하교 때 지나가는 차량과의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급식차량 통행에도 불편하다. 막힌 새 도로를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서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문화재에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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