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7시5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케이티 대구지사 흥해사업소 앞에서 케이티 하청업체 소속 김아무개씨(57)가 417㎏ 케이블드럼에 깔려 숨졌다.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제공
경북 포항에서 케이티(KT) 하청업체 노동자가 무게 417㎏의 케이블드럼에 깔려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안전모도 없이 작업했고, 케이블드럼 역시 철제 고리가 아닌 밧줄로 고정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쪽은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안전조처를 요구했지만 무시됐다”고 말했다.
15일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와 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4일 아침 7시5분 경북 포항시 흥해읍 케이티 하청업체 현장사무소 앞에서 이 업체 소속 김아무개씨(57)가 무게 417㎏의 케이블드럼에 깔려 숨졌다. 김씨는 케이블드럼을 크레인에 연결해 트럭에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케이블드럼과 크레인의 연결 고리가 풀리면서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30년 동안 케이티 하청업체에서 광케이블 등을 설치하는 통신외선공으로 일했다.
노조와 노동청은 사고 당시 노동자들은 안전모도 없이 일했고, 작업에 필요한 안전관리자와 작업 신호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400㎏이 넘는 케이블드럼은 철제 고리 대신 밧줄을 써 임시로 묶어 뒀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현장 노동자들이 여러 차례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업체 쪽이 원청 핑계를 대며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경현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조직국장은 “원칙적으로 무거운 케이블드럼은 철제 고리에 걸어 안전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이 현장은 계속해서 밧줄을 사용했다”며 “단체교섭 때 작업 환경이 위험하다고 수차례 안전조치를 요구했으나, 업체는 원청(케이티)에서 책정한 비용이 없다는 핑계만 댔다”고 말했다.
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밧줄이 케이블드럼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수준이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안전모 미지급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책임을 물을 대상이 하청업체 대표인지, 원청인 케이티인지도 가리고 있다.
케이티 대구경북광역본부 관계자는 “근로자 분이 사망한 것에 애도를 표한다”며 “안전비용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고 현장은 해당 업체가 관리하는 공간이고, 도급법상 저희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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