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13일 새벽 공장 지붕 보수 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2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현대중에서 일어난 올해 세번째 사망사고로, 노조 쪽은 회사 쪽이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재해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14일부터 전국 산업현장에서 끼임·추락사고 관련 안전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이날 새벽 5시30분께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장1공장에서 노동자 정아무개(44)씨가 25m 높이의 공장 지붕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정씨는 지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현대중공업 안 공장 벽체와 지붕 등 시설보수를 맡은 사외 단기공사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그는 이날 새벽 5시부터 소속 업체 대표 등 동료 노동자 10명과 함께 도장1공장 철제 슬레이트 지붕 교체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회사 쪽은 “낡은 철제 슬레이트 지붕을 교체하던 중 철제 슬레이트를 떼낸 공간으로 정씨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정씨는 지붕 위에 설치된 안전걸이 로프를 자신의 안전벨트에 매고 있었지만 떨어질 때 로프가 날카로운 슬레이트 모서리와 마찰하면서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회사 쪽이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고 당시 철제 슬레이트 아래 얇은 베니어합판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그 아래 추락방지망이 없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해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이 규칙에서는 높이 2m 이상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경우 사업주가 노동자의 안전띠와 부속설비 이상 유무를 작업 시작 전에 점검하고, 강도가 약한 지붕 위에서 작업할 때는 폭 30㎝ 이상 발판이나 추락방호그물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중대재해가 또다시 발생해 회사의 안전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며 정확한 사고 조사를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가 난 현대중공업 도장1공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현장조사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앞서 올해 2월 대조립공장에서 작업자가 철판에 끼여 숨지고, 5월에는 원유운반선 용접 작업자가 10여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원인 규명과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감독을 진행한 바 있다.

한편 잇따르는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이날 “이달부터 매달 격주로 ‘현장 점검의 날’을 정해 전국 건설업과 제조업 현장을 일제 점검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감독관과 산업안전보건공단 인력 1800여명이 동원돼 추락·끼임사고 예방에 나서게 된다. 오는 14일과 28일에는 사업장에 공지한 뒤 점검을 하고 8월부터는 한달에 두차례 사전 공지 없이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노동부가 산재사고와 관련해 한꺼번에 2천명에 가까운 인원을 현장 감독에 투입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882명 가운데 458명(51.9%)이 건설업, 201명(22.8%)이 제조업 종사자였다.

한편 이날 새벽 부산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처리 업체에서 작업하던 50대 김아무개씨가 3m 깊이 지하 쓰레기 저장소에 빠져 숨졌다. 지난 10일에는 한일시멘트 공주공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가동을 멈춘 시멘트 포대 적재기를 정비하던 중에 설비가 갑자기 가동되면서 머리가 끼여 숨졌다.

신동명 김영동 신다은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