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대구지법 앞에서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야(34) 씨가 난민 인정 재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취업활동을 하게 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난민입니다. 신랑이랑 아이가 4명 있어요. 아이들은 다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아이들이 먹고살아야 해요. 학교도 가야 해요. 한국에서 돈 없으면 살기 힘들어요. 일 안 하면 돈을 어떻게 벌어요. 일해야 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6일 오전 대구지법 앞에 선 아프리카 기니 출신 하디야(34)씨는 이렇게 호소했다. 기니에서 종족 차별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군부 탄압을 견디지 못해 7년 전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다는 그는 한국에서 아이 넷을 낳았다. 한차례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뒤, 지난해 초 다시 신청했는데 코로나19 탓에 1년6개월째 심사가 미뤄지고 있다. 하디야씨는 석달 단위로 출국기한 유예 신청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난민인 듯 난민 아닌 신분인 탓에 정상적인 생계유지는 어렵다. 난민법상 난민 신청을 한 뒤 여섯달이 지나면 기타(G-1) 비자를 받아 취업활동을 할 수 있지만, 지난 4월27일 대구출입국관리소는 하디야씨에게 취업활동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출입국관리소는 체류 목적으로 하는 난민 신청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이유로 내세웠다.
결국 그는 쌀, 분유 등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거나, 남편이 당국의 눈을 피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6일 오전 대구지법 앞에서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가 난민 재신청자들의 취업활동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을 시작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하디야씨를 포함해 대구에서 난민 신청 뒤 결과를 기다리는 아프리카 출신 6명은 대구출입국관리소를 상대로 취업활동을 불허한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하디야씨를 포함한 5명은 난민 불승인 판정을 받고 재신청을 한 뒤 1년6개월가량 기다리고 있다. 난민 인정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이 취업활동을 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소송대리인인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담정)는 “난민 재신청자는 체류 자격이 없으니 일률적으로 취업 허가를 할 수 없다는 결정은 난민법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체류 목적의 난민 신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 역시 재량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 승인 결정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취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자녀들까지 모두 굶으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수많은 난민 신청자들은 출국기한 유예라도 기대하며 강제 출국을 피해야 한다. 이들에게 노동할 권리까지 빼앗는 것은 생존권마저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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