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쪽과의 지난 2년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진전을 보지 못하자 6일 전면파업을 벌이며 40m 높이 크레인 점거농성에 나섰다.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쪽과의 지난 2년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 진전을 보지 못하자 6일 전면파업을 벌이며 40m 높이 크레인 점거농성에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종일 일손을 놓고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오전 9시께엔 800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집회를 마친 뒤 조경근 지부장 등 2명이 회사 판넬공장 앞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다른 조합원 수십명도 크레인 계단 등에서 농성을 응원했다. 지상 40m 높이의 이 크레인은 선체 블록 생산 공정의 핵심 장비다. 나머지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노조 앞 민주광장에서 천막농성에 나섰다.
노조는 “2019년과 지난해 2년치 단체교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주간 회사와 대표자교섭을 진행했지만 회사 쪽이 교섭하는 척 노조를 우롱한 채 아무런 안을 내놓지 않았다. 조합원 생존권을 위해 끝장투쟁을 한다는 각오로 전면파업과 함께 지부장이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농성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9일까지 나흘 동안 전면파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현대중 노사는 2019년과 지난해 2년치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 잠정합의를 했으나 기본급 동결에 대한 다수 조합원의 반발로 합의안이 부결돼 끝내 타결을 보지 못했다.
2019년 5월부터 시작된 교섭이 만 2년 2개월이 지나도록 해결을 보지 못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법인분할)을 놓고 빚어진 노사간 마찰과 이 과정에서 파생한 회사 쪽의 대규모 징계와 손해배상소송 등 문제가 교섭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일 40m 높이의 현대중공업 판넬공장 앞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가 점거농성을 시작한 조경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장
노조는 “지난 4월 두 번째 부결 이후 지속해서 재교섭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회사 쪽이 지난달 21일 노조 중앙쟁의대책위의 전면파업 결정 뒤에야 23일부터 대표자교섭에 응했다. 이달 5일까지 9차례 매일 교섭을 했으나 조합원들의 기본급 인상 등 요구에 회사 쪽은 추가 재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전혀 교섭 마무리를 위한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4일간 전면파업에도 회사 쪽에 태도 변화가 없으면 투쟁을 계속 이어가며, 지역 주민과 함께 연대하는 투쟁, 원하청이 함께 일손을 멈추고 전체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투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회사 쪽은 “노사간 잠정합의에도 불구하고 노조 내부 의견조율 등 실패로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고 있다. 노조 쪽의 크레인 점거 탓에 선체 블록 생산에 큰 차질을 빚어 하루 수십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크레인 점거, 방역수칙 위반 등 시대착오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사진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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