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한 소방관이 상사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벌어져 소방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일 대구소방안전본부와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구지부 준비위원회(준비위)의 말을 종합하면, 대구 중부소방서 소속 ㄱ소방위가 지난달 21일 밤 9시5분 소방서 4층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ㄱ소방위는 비 가림막에 부딪힌 뒤 땅으로 떨어지면서 무릎뼈가 골절돼, 수술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이다.
ㄱ소방위는 지난해 10월께 ㄴ팀장으로부터 “너 지금부터 일하지 마” “넌 안 되겠어” 등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위는 “피해자는 상급자의 과도한 업무 지시와 모욕적인 말, 고압적인 자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지난해 대구시에 익명 제보가 있었는데도 소방본부는 제대로 된 조치 없이 넘어갔다”며, ㄴ팀장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사고 다음 날 문제가 된 직원들을 분리 조치했고, 그중 상급자는 조사 내용과 별개로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지난 1일 정기 인사에서 다른 소방서로 인사 조처했다”고 밝혔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사건을 조사해 오는 9일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사건의 민감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하고 관련자는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또, 이번 조사와는 별개로 갑질 행위에 대한 처분을 강화하고 자체 익명 신고 시스템 도입, 정기적인 갑질 설문조사 시행 등 갑질 행위 근절을 위해서 다방면으로 개선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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