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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억 쓴 ‘박정희 역사자료관’…‘빛’만 있고 ‘그림자’는 없다

등록 2021-07-01 17:19수정 2021-07-02 02:31

[현장] 치적 홍보하고 향수만 자극하는 전시물들
159억 들여 건립…논란 끝 9일 정식 개관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에 들어서면 박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모습이 재현돼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에 들어서면 박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모습이 재현돼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지난달 30일 찾은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예비 개관 첫날이라 그런지 관람객은 드물었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 상설전시실은 ‘조국 근대화의 길’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 당시 뉴스 화면과 함께,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씨를 재현한 밀랍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취임 선서를 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진다.

안내 설명문은 “1961년 구성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이전 정부가 시행하였던 경제 정책을 보완하여 산업화 전략을 확장하는 한편,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였다”고 적었을 뿐, 박 전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고, 야당인사 등을 탄압했다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30일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를 둘러 보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지난 30일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를 둘러 보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이어지는 ‘산업화의 시작, 외자 도입’ 전시에서도 ‘빛’만 있을 뿐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박 전 대통령 모형은 서독으로부터의 차관 도입과 간호사, 광부 파견 등 짙은 역사적 향수를 자극하는 자료를 배경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지휘하는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1965년 한일회담으로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3억달러 무상·2억달러 유상 차관)이 농림·수산업·과학기술 개발 등에 사용됐다는 소개는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빌미를 준 협상이라는 평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야당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일어났고, (한일) 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한문장짜리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수출만이 살길’ 코너에는 미싱기를 돌리거나 텔레비전을 조립하는 노동자,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학교 수업을 듣는 ‘근로 청소년’ 등 열심히 살아야 했던 그 시절 풍경이 연출돼 있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수출했던 ‘포니2 픽업트럭’도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은 옛 향수를 떠올리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주력 수출품이던 가발을 전시한 곳에는 “어린 여공들이 생산한 가발은 뉴욕세계박람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안내글을 볼 수 있었지만, 혹독하고 열악했던 그 시절 노동환경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유품 전시실에는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긴 목검, 지팡이, 전화기, 여행 가방, 레코드판, 방석, 재떨이, 바둑판 등을 전시돼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대통령 유품 전시실’ 코너에는 박 전 대통령 집무실이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대통령 유품 전시실’ 코너에는 박 전 대통령 집무실이 그대로 재현돼 있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박정희 대통령 유품 및 대한민국 근대화와 구미 근현대 산업발전 관련 자료를 보존‧관리‧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누리집 소개글)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전시관’은 지난 2014년 남유진 시장(자유한국당) 시절부터 추진됐다. 2017년 첫삽을 떴고, 159억원을 들여 6164㎡ 부지에 연면적 4358.98㎡, 3층 규모로 지어졌다.

구미시가 운영하는 공립박물관으로, 지역 진보·보수단체가 팽팽히 맞서 진통을 겪은 끝에 오는 9일 정식 개관한다. 인근에는 매년 탄신제와 추모제가 열리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 공원과 민족중흥관, 숭모공원, 보릿고개 체험장,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등이 모여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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