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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 본점 마지막 날…“내 것이 사라지는 느낌”

등록 2021-06-30 18:46수정 2021-07-01 02:10

30일 대구백화점 본점 마지막 영업
추억 소환하러 모인 시민들
30일 영업 마지막 날인 대구백화점 본점 1층에서 ‘추억 소환, 대백 77년 발자취 전’을 열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30일 영업 마지막 날인 대구백화점 본점 1층에서 ‘추억 소환, 대백 77년 발자취 전’을 열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저 뭐꼬 저 종이가방은 우리 집에 아직 있다 아이가”

“뭔데? 내는 양은 냄비 받은 기억은 없는데, 언제 준 거고?”

30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대백) 본점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추억을 쏟아냈다. 대백 본점은 이날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77년만이다.

대백은 1층 한쪽에 ‘추억 소환, 대백 77년 발자취 전’을 열었다. 전시에는 선물 세트 포장, 종이가방,직원 유니폼 등의 변천사를 모아뒀다. 고객 사은 선물로 줬던 양은 냄비, 쟁반 등도 보인다.

명찰을 살펴보던 이경하(45)씨는 “대학생 때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 명찰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백이 없어진다고 하니 제 것 중 하나가 사라지는 느낌이라 아쉬움이 크다. 지금은 줄임말 쓰는 것이 흔하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줄임말이 없었다. 그런데 대구백화점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대백’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30일 대백을 찾은 이경하(45)씨는 전시된 명찰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30일 대백을 찾은 이경하(45)씨는 전시된 명찰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백 앞은 대구시민들에게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다.

이아무개(51)씨는 이날 마지막으로 대백 앞에서 약속을 하려고 부산에서 올라왔다. 그는 “지금은 부산에 살지만 대구사람으로서 우리의 만남의 장소가 사라진다는 게 너무 섭섭하다. 친구랑 마지막으로 ‘대백 정문 앞에서 보자’하고 왔다”고 말했다.

대백 정문 앞에서 약속을 기다리며 동성로 민주광장 무대에서 열리는 행사나 공연을 보는 것도 묘미였다. 이날도 지역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친구를 기다리며 공연을 보고 있던 김아무개(22)씨는 “폐점한다는 것을 오늘까지도 몰랐다. 영원히 있을 줄 알았던 건물인데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백 앞은 대구시민들에게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백 앞은 대구시민들에게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백은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지역 백화점이다. 1944년 ‘대구상회’로 시작해 1962년 ‘합자회사 대구백화점’으로 상호를 바꿨다. 1969년 ‘주식회사 대구백화점’을 설립했고, 1970년 서울사무소도 열었다. 1993년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을 열었고, 1999년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이 연이어 대구에 문을 열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영이 악화했다. 결국 지난 3월 본점 잠정 휴점을 결정했고, 중구 대봉동 프라자점만 운영하기로 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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