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울산 상가 건물 화재 때 진압과 구조활동을 하다가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20대 소방관이 안타깝게 숨졌다. 임용된 지 1년 6개월 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코로나19 때문에 혼인신고부터 하고 결혼식을 넉달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사연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는 30일 새벽 중부소방서 구조대 소속 노명래(29) 소방사가 부산의 한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 순직했다고 밝혔다. 노 소방사는 지난 29일 새벽 5시5분께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3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나자 구조대로 출동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 화재진압과 인명수색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불길이 거세게 번지면서 2도 중화상을 입고 부산의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노 소방사는 "불이 난 3층 미용실에서 가끔 직원들이 숙식한다"는 말을 듣고는 동료 소방·구조대원 4명과 함께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등 20㎏가량의 보호장구를 착용한 뒤 바로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한 사람밖에 지나다닐 수 없는 좁은 계단 통로를 이용해 불길이 치솟는 3층으로 올라갔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층 내부에서 불길이 급격히 거세지자 노 소방사 등은 건물 유리창을 깨고 안전 매트가 깔린 밖으로 몸을 던져 탈출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던 대원 5명 중 노 소방사 등 4명은 화상을 입고, 1명은 허리를 다쳤다. 화상을 입은 4명은 부산의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나머지 대원은 노 소방사만큼 화상 정도가 크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소방사는 특전사 부사관(중사) 출신으로 지난해 1월 구조 특채로 임용된 뒤 지난해 10월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대형 화재를 비롯한 각종 화재·재난 현장 등에서 인명구조 업무를 맡아 왔다. 유족으로는 60대·50대 부모와 20대 부인이 있다. 특히 노 소방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월 먼저 부인과 혼인신고를 하고 오는 10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욱 자아냈다.
그의 동료들은 “차분한 성격에 배려심 많고 힘든 출동과 훈련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근무했던 모범이 되는 소방관이었다”고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울산소방본부는 노 소방사에게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7월2일 울산광역시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울산영락원에 마련됐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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