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 사하구 한 수리조선소 화장실에서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목숨을 잃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부산 사하구 구평동 한 수리조선소 화장실에 유독가스가 퍼져, 화장실을 이용하던 노동자 2명이 질식해 숨졌다. 경찰은 화장실 변기와 연결된 오수관로를 통해 유독가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오수 처리기관인 부산환경공단 등을 상대로 유독가스 발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6일 오전 11시께 부산 사하구 구평동 수리조선소 ㅋ사의 한 직원은 1층 화장실 칸막이 안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긴급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은 화장실 인근에서 쓰러진 1명을 추가로 발해 이들을 병원으로 긴급하게 옮겼다.
하지만 화장실 칸막이 안에서 발견된 강아무개(48)씨는 병원에 도착한 직후 숨졌고, 추가로 발견된 정아무개(27)씨 역시 이날 밤 9시30분께 숨을 거뒀다. 이들은 선박전기설비 외주업체 직원으로, 주말 근무를 하려고 출근했다가 변을 당했다.
소방, 경찰 당국은 이들이 황화수소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 사하소방서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화학물질안전원에 의뢰해 화장실 공기 중 유독가스를 측정한 결과 이들이 쓰러진 화장실의 황화수소 농도가 단기간 노출허용농도(15ppm)의 17배에 가까운 250ppm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미 여러 달 전에 악취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기준치의 17배에 가까운 고농도 황화수소가 유입되도록 방치한 책임이 어디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화장실에서 악취가 계속 발생했고, 특히 날씨가 흐린 날 더 심했다. 유독가스일까 봐 구청 등 관계기관에 여러 차례 신고했는데,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는 ㅋ조선소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황화수소는 정화조 등 장기간 밀폐된 공간에서 유기물이 썩는 과정에 발생하는 유독가스다. 황 성분 때문에 달걀 썩는 냄새가 나며, 불꽃과 접촉하면 폭발 위험이 매우 크다. 공기보다 비중이 높아 닫힌 공간에서는 바닥에 쌓인다. 색깔이 없어 냄새를 맡기 전까지는 눈치챌 수 없다. 특히 고농도 황화수소와 접촉하면 실신이나 호흡정지, 질식 위험이 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화장실 변기와 연결된 오수관로를 통해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화장실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오수관로 관리기관인 부산환경공단 등을 상대로 유독가스 발생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숨진 2명의 주검을 부검하기로 했다. 화장실 내부 환기시설 등 업체 쪽 안전조처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는 최근에도 여러차례 일어났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는 정화조 청소를 하던 노동자 1명이 황화수소에 중독돼 숨졌다. 2019년 9월엔 경북에 있는 한 수산식료품 제조업체에서 폐수를 모아둔 지하 집수조를 점검하던 노동자 1명이 황화수소에 질식돼 숨졌다. 당시 그를 구하려고 집수조에 들어간 동료 노동자 3명까지 질식사했다. 두 달 전인 같은 해 7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에서도 관광객 1명이 황화수소에 질식해 목숨을 잃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6~8월, 특히 날씨가 흐린 날 정화조 등 밀폐공간을 청소·점검할 때는 황화수소에 의한 질식사고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 반드시 냄새를 확인하고 작업을 시작해야 하며, 작업 전 환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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