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이 부하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간부에게 규정을 벗어난 낮은 수위의 징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은 “원칙 없는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비판했다.
부산 일선 경찰서의 간부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7월20일 사하구 다대동의 한 술집에서 동료 직원들과 저녁 회식을 하면서 동석한 여성 부하 직원을 성추행했다. 이씨는 피해자가 거부 뜻을 밝혔는데도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이튿날 경찰청에 진정서를 냈다. 조사에 착수한 경찰청 인권조사계는 이씨를 직무 고발했고, 부산경찰청은 그를 다른 경찰서로 전보 조처했다. 이후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계는 이씨를 지난해 9월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그런데 부산경찰청은 지난 1월12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이씨를 ‘정직 2개월’ 처분했다. 경찰관인 내부 위원 2명과 교수·변호사 등 외부 위원 3명이 참여한 징계위에서 한 외부 위원은 이씨의 행위가 강제추행과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공무원징계령 세부시행규칙 제4조 1항에는 성폭력에 대해서는 해임·파면 등의 처분을 하도록 돼 있다. ‘행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 없는 과실’이어도 최소 해임 처분이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이씨의 경우 해임 또는 파면 처분을 해야 하는데, 이보다 낮은 정직 2개월 처분에 그친 것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23일 “규정이 있어도 징계위가 어느 정도 처분 수위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 이씨의 행위가 해임·파면 처분까지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전형적인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분으로밖에 볼 수 없다. 직장 내 성폭력이 발생했고, 징계 처분 또한 원칙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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