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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 직원 “의도적인 성추행”

등록 2021-06-21 18:29수정 2021-06-21 19:46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산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산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한테 강제 성추행을 당한 부산시 직원이 2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선처를 호소한 오 전 시장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피해 직원은 오 전 시장이 계속 주장한 ‘치매로 벌어진 우발적 성추행’은 사실이 아니며 ‘의도적인 성추행’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피해 직원의 입장문 전문이다.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깔끔하게 사퇴했다고, ‘피해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으니 선처해달라'는데, 말은 똑바로 하십시오. 제가 이름 모를 당신 측근의 전화를 받고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사퇴하지 않으면 언론에 모두 공개한다고 말하자 뒤따를 망신이 부끄러워 부랴부랴 짐 챙겨 도망치신 것 아닙니까.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리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이번 사건에 저는 잘못한 것이 없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한 가해자 오거돈이 시청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당연한 것조차 모를 사람인 것 같아 그 내용을 공증해달라 했을 뿐입니다. 그 공증도 오거돈이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했습니다. 오거돈의 사퇴로 제가 취한 이득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줬다'고 말하며 본인의 책임을 다한 양 포장합니까. 제발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오거돈은 사건 직후 범행을 추궁하는 사람들에게 피해자인 제가 누군지도 모를뿐더러, 단순히 업무 담당자를 찾아 격려하려다가 우발적으로, 기습적으로 생긴 범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사건 이틀 전 주말 저녁에 제 업무가 아닌 일로 저를 호출한 이유는 무엇이며, 사건 당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굳이 저를 특정해 부른 이유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1초만에 들통날 거짓말로 사법부와 부산시민들을 우롱하는 태도, 스스로는 정말 떳떳합니까.

폭행이 없었다는 주장에는 당당합니까. 저는 제 모든 것을 걸고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언제는 피해자의 진술이 모두 맞다더니, 당신의 진술은 왜 매번 본인이 불리할 때마다 바뀝니까. 제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약 없이 못 사는 이유는 100퍼센트 그날의 강제추행 때문입니다. 치상을 예상할 수 없었다느니, (성추행) 사건(2020년 4월) 직후 (2020년) 5월까지의 치상은 본인의 잘못이지만 그 이후의 정신적 상해는 본인과 무관하다느니 하는 주장은 그만하십시오.

(성추행) 사건 이후 병원에서 받은 경미한 치매 진단에는 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성추행) 사건 직전까지도 ‘법을 고쳐서라도 (선거에 다시 출마해) N선(다선)까지 하겠다'며 떠들고 팔굽혀펴기로 체력을 과시하더니, 사건 후에 갑자기 치매에 걸리셨습니까. 당신의 주장은 350만 부산시민들의 수장인 시장이 치매노인이었고, 민주당에서는 치매 노인을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시장직에 공천했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하는 주장이십니까. 참담합니다.

오늘 재판에서 흘린 눈물이 반성의 눈물이라고 절대 생각지 않습니다. ‘공직 50년을 말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모두 당신입니다. 이 일에 피해자인 제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도 당신에게 강제추행을 하라 요구한 적 없습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회복하는데 어떤 것도 마다치 않을 것'이라면, 그냥 모든 죄 인정하고 정당한 처벌 받으십시오. 합의할 생각은 절대 없으니 시도도 하지 마십시오. 제 요구는 이게 전부입니다.

(저는) 하루빨리 출근하고 퇴근하고 이런 입장문은 쓸 일 없는 그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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