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용암동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라산 구린굴과 평굴이 2만여년 전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 인근에 있는 구린굴과 평굴이 백록담이 용암 분출 때 한라산 북사면을 따라 흘러내린 용암류에 의해 2만여년 전 형성된 용암동굴로 조사됐다고 17일 밝혔다. 학계 등에서는 그동안 구린굴의 형성 시기를 7만~8만년 전으로 추정됐으나, 이번 조사 결과 구린굴과 평굴의 형성 시기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 형성 이후인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북서부 일대 구린굴과 평굴 인근의 용암류 하부에서 얻은 고토양층과 백록담 분화구 내부 퇴적층의 방사성탄소 연대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형성 시기가 2만년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2023년까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4개 구역으로 나눠 지질도를 작성하고 있는 세계유산본부는 이번 조사에서 3D 스캔을 통해 동굴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를 지리정보화해 용암동굴이 백록담에서 분출한 용암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라산 국립공원 관음사 탐방로에서 1.9㎞ 떨어진 구린굴은 용암류가 경사면을 타고 빠른 속도로 흘러내려 천장 두께가 다른 동굴에 비해 얇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조사 결과 제1입구는 너비와 높이가 각각 2m 이내로 비교적 좁은 데 비해 상류부 110m 구간은 너비 4m, 높이 7m 이상으로 조사됐다. 호리병과 같은 형태의 구린굴에는 우리나라 멸종위기동물 1급인 붉은박쥐가 서식한다. 구린굴의 하류에 있는 평굴은 속이 여러 갈래로 뒤얽힌 복잡한 구조를 보인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한겨레 제주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