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농협이 농협중앙회의 감사를 받는 기간 내내 감사반원들에게 식사를 접대하는 등 향응을 제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의혹도 일고 있다. 16일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와 전국협동조합노조 제주본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제주시 한림농협은 지난달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농협중앙회의 정기감사 기간에 감사반원들에게 거의 날마다 식사 등 향응을 제공했다. 감사반은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검사국 소속 3급 반장 4명과 4급 검사역 1명 등 모두 5명이다. 식사 등 향응을 접대하는 자리에 참석한 인원도 5명 이상이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도 제기된다.
이들 단체가 공개한 자료에는 중앙회 감사가 시작된 지난달 10일부터 12일까지 한림읍과 애월읍 관내 식당에서 저녁 식사나 점심때마다 감사반원 5명과 한림농협 직원들도 함께해 모두 8명 안팎이 참석했고, 주중인데도 13일 오전에는 감사반원들과 농협 직원들이 한림읍 관내 비양도를 여행했다. 또 같은 날 저녁에는 한림농협 하나로마트 2층에서 감사반과 조합장 등 농협 간부 등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동안 회식했다.
이들 단체는 “농협 직원들을 근무시간 중에 동원해 업무와 무관한 술과 식사 접대 준비와 정리를 하도록 했다”며 “수감농협인 한림농협의 비용으로 근무시간 중에 비양도를 여행하고, 접대하고, 향응을 수수한 것은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한림농협 쪽이 방역수칙 위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하나로마트 2층에서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은 채 회식했다고 주장했다. 감사반이 한림농협 감사를 벌인 기간은 제주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4개월 만에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사건을 은폐하고 무마하기 위해 결제내역을 취소해 업무추진비를 회수하고 사비로 재결제했다”며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가 중지될 만큼 코로나19의 지역 내 감염이 급속히 확산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는데도 고객이 가장 붐비는 오후 6시께부터 밤 9시까지 3시간 가까이 술판을 벌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성준 한림농협 조합장은 “처음부터 같이 부담하기로 해서 우리가 법인카드로 먼저 결제했다. 그 뒤 식사비용을 입금받아 결제 내역을 취소했다”며 “하나로마트 회식은 소통의 시간이었다. 4명씩 앉았고 테이블을 건너뛰어 앉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했다”고 해명했다.
이들 단체는 조만간 농림축산식품부에 감사를 요구하고, 관련자들을 청탁금지법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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