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한달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허호준 기자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제주공항 주변 제주시 용담해안도로의 한 카페 앞. 중형 관광버스가 멈춰 서자 골프 관광객 11명이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삼삼오오 의자에 앉은 이들은 비행기 출발 시각을 기다리며 “제주도에 너무 많은 관광객이 들어온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19를 주요 화제로 올렸지만, 정작 제대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절반에 지나지 않았다. 아예 마스크를 안 쓴 이도 있었다.
제주도 관광객 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코로나19 감염 차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달 1~16일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57만5700여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61만1500여명에 견줘 94% 수준으로 회복했다. 최근 주말에는 하루 4만명 가까이가 제주를 찾는다. 지난 4월에는 106만6000여명이 제주도를 다녀갔다.
이처럼 관광객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에서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17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제주도민이 158명으로 지역사회 내 감염이 크게 늘었다. 특히 제주의 최근 일주일 100만명당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19.4명으로, 전국 평균 10.2명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 지역 15.4명보다도 훨씬 높다.
문제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관광지나 카페 등에서는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이용객들이 눈에 띄었고, 5명이 넘게 몰려다니는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시 탑동광장과 주변 산책로도 예전처럼 사람들로 붐비고, 5인 이상 집합금지 안내 펼침막이 무색할 정도로 3~4명 단위로 ‘쪼개기’ 식으로 앉아 자리를 바꿔가며 술판을 벌이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제주도는 지난 10~16일 일주일 동안 모든 실·국과 행정시 직원, 자치경찰 등을 동원해 3738곳에 대한 방역수칙 위반 사항을 집중 점검해 64건을 단속해, 12건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고 52건은 행정지도로 마무리했다. 임태봉 도 코로나19 통제관은 “4월의 경우 관광객이 100만명이 넘었는데 적지 않은 관광객이 무증상으로 제주도에 머물다가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방역수칙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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