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지난달 반려동물에 의한 전기레인지 화재 실험을 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1. 지난달 14일 오전 6시께 제주시 건입동의 한 음식점에서 전기레인지에 의한 불이 나 2400여만원의 피해가 났다. 소방관들이 조사한 결과 업주의 부주의가 아니었다. 범인은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전기레인지 위를 왔다갔다하면서 작동 버튼이 켜진 것이 원인이었다.
#2. 지난 3월19일 오후 9시53분에도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주인이 외출한 사이 방 안에 있던 고양이가 집안을 돌아다니다 전기레인지를 작동하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타면서 불이 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제주지역에서 일어난 전기레인지에 의한 화재의 원인이 반려동물 때문임이 밝혀지자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반려동물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도 소방안전본부는 최근 5년 동안 제주도내 전기레인지 화재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24건의 화재 가운데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는 33%인 8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올해의 경우 전기레인지에 의한 화재가 3건이 발생했으며, 3건 모두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로 조사됐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지난달 반려동물에 의한 전기레인지 화재 실험을 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소방안전본부는 반려동물이 집안에 혼자 있고 전기레인지 주변에 음식물이나 반려동물 먹이가 놓여 있었으며, 전기레인지가 터치식으로 작동하는 방식일 경우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소방안전본부가 지난달 16~30일 반려동물에 의한 화재 재현 실험을 한 결과, 터치식 전기레인지는 사람의 손가락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발바닥 등 체온이 있는 피부에 쉽게 작동됐고, 양방향으로 돌리면 작동하는 다이얼식도 이동하면서 접촉할 경우 쉽게 돌아가 작동됐다.
특히 전기레인지 가운데서도 하이라이트는 최고 발열온도가 701도로 인덕션의 468도에 비해 높고 잔열이 남아있는 시간도 4분6초로, 인덕션의 52초에 비해 길어 전기레인지 상판에 가연물질이 놓여 있는 경우 화재 위험성이 높았다.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전기레인지 위에 의류나 종이상자 등 화기에 취약한 물건을 두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다.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외출할 때는 전기레인지 전원을 차단하거나 작동 버튼을 잠금 설정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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