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산지천에 녹조류가 떠다니는 등 녹조류가 발생해 미관을 흐리고 악취를 풍기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의 대표적인 하천 가운데 하나인 산지천에 녹조 현상이 나타나 미관을 흐리고 악취까지 발생하고 있다.
9일 제주시 건입동 동문로터리를 끼고 흐르던 산지천은 물이 흐르지 않고 곳곳에 녹조류가 물속에 잠겨 있고, 일부 구간에는 녹조가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물고기떼도 모습을 감췄다. 산지천 전체 구간은 동문로터리에서부터 용진교까지 650여m다.
산지천 주변 주민 강아무개(57)씨는 “몇년 전부터 산지천이 다른 지방에서 보던 것처럼 녹조 현상이 발생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 도심지의 생태복원을 위해 복개했던 산지천을 정비했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녹조 현상이 봄 장마철에는 덜하지만 가뭄이 지속할 때는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시는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세척하고 다이버까지 동원해 녹조류를 제거했지만 올해는 더 심해지는 데다 지역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원인 규명에 들어갔다.
제주시 산지천에 무성히 자란 녹조류. 허호준 기자
일부 주민과 전문가들은 산지천 수경분수 조성을 위해 설치한 보를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했다. 제주도와 제주시가 2015~2016년 동문로터리 주변 산지천 일대에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면서 산지천 안에 수경분수를 만들어 운영하기 위해 유량과 유속을 조절하는 보를 설치했는데, 이 보가 물의 흐름을 막으면서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동문시장과 주택가 등의 일부 오수가 유속이 느려진 하천에 유입돼 부영양화 현상이 발생한 것도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제주시 쪽은 “수경분수를 오후 1시와 8시 두차례 운영하는데 물이 있어야 한다. 바다와 연결된 산지천의 물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않도록 일정한 구간에 물을 채워넣기 위해 보를 설치했다. 봄과 여름철 비가 적게 내릴 때 녹조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3월 전문기관에 용역을 맡겼다. 오는 7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1968~1982년 11차례에 걸쳐 산지천 650여m를 복개해 시장과 상가건물을 만들었으나 생활하수 등의 유입으로 오염이 심각하고 건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자 복개 건물을 철거한 뒤 1996~2002년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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