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3일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반대가 높게 나온 제2공항 건설 관련 전체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다른 결정이어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원 지사는 10일 오후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건설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강행 근거로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들의 ‘찬성’ 여론을 들었다.
지난달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회원사가 도와 도의회의 요청을 받고 실시한 도민(2천명)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반대가 51.1%로 찬성(43.8%) 여론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갤럽 조사에서는 반대가 47%, 찬성이 44.1%였다. 하지만 성산읍민(500명) 조사에서는 찬성 응답이 60% 이상으로, 반대보다 2배가량 많았다.(갤럽 찬성 64.9%-반대 31.4%, 엠브레인퍼블릭 찬성 65.6%-반대 33%)
원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전문가 집단에 자문한 결과 성산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전체 제주도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우세했다는 지적에 관해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그동안 진행된 모든 과정을 무산시키는 결정 자체가 오히려 무책임하다. 제2공항 추진은 도지사 취임 뒤부터 일관되게 해왔던 입장”이라며 “(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여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당·정·청 협의에서) 여론조사를 하지 않고는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절차를 완결 짓겠다고 한 것이지, 여론조사에 책임을 넘겨 결정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해온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제주도내 100여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원 지사가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원 지사는 도민의 민의를 배반하고 토지 투기 세력에 머리를 조아리는 반도민적 행태를 저질렀다”며 “공식 절차를 거쳐 확인된 도민 의견을 거역한 원 지사는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도민의 민의를 받들어야 할 도백(도지사)이 국토교통부와 짬짜미를 통해 사업 강행을 모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제주도의회와의 합의도 박살 내며 모든 것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도지사로서의 자질은 물론 자격도 없다”고 비난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이날 “제주도민의 민의를 역행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 원희룡 도정은 갈등에 마침표를 찍기를 바랐던 도민들을 무시하고 더 큰 갈등을 조장한 당사자로서 성난 파도와 같은 민심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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