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에 1901년 제주항쟁(신축민란)을 이끌었던 이재수·강우백·오대현 3명의 장두를 기리는 ‘제주대정삼의사비’가 서 있다.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신축교안’ 120돌을 맞아 다양한 기억활동을 펼친다.
1901년 제주 주민들은 프랑스 선교사들이 섬에 들어온 뒤 일부 천주교도들의 횡포와 봉세관(세금을 걷던 중앙정부 관리)의 폭정에 항거했다. 이 과정에서 천주교인과 도민 수백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의 여파로 프랑스 함대가 출동하고, 제주도민들은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민란을 지도했던 ‘장두’ 이재수 등 3명은 서울로 압송돼 처형됐다. 이 사건은 제주도민과 천주교 사이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이 민란을 천주교에서는 ‘신축교안’으로 부르고, 제주사람들은 ‘이재수란’ 또는 ‘신축민란’으로 부른다. 또 연구자들은 ‘제주항쟁’이라고 일컫는 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천주교는 신축교안을 두고 “프랑스 선교사들이 제주에 진출한 후 교세 확장 과정에서 천주교인들과 제주도민 사이에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다가 1901년 발생한 유혈사태”라고 정의했다.
제주교구는 제주 선교 100주년을 맞은 1999년 과거 교회사의 잘못을 반성하고, 2002년과 2003년에는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1901년 제주항쟁 100주년 기념사업회’와 신축년 제주항쟁 기념 학술대회를 열고 ‘화해와 기념을 위한 미래 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제주교구는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와 공동으로 오는 5월28일 ‘신축교안, 기억과 화합’을 주제로 1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연다. 다음 날에는 2016년 개장한 ‘신축화해의 길’(황사평에~중앙성당)을 걷고, 민란의 여러 현장 가운데 하나인 황사평에 화해의 탑을 제막한다. 같은 날 중앙성당에서는 위령미사를 한다. 이어 9월에는 서귀포시 하논 본당터에 화해의 탑을 세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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