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우세하게 나온 가운데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가 1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건설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사회의 찬·반 갈등을 일으켜온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갈림길에 섰다. 지난 18일 발표한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를 앞두고 제주도는 ‘정책 참고용’, 국토교통부는 ‘정책 결정에 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조사 결과 ’반대’가 우세하게 나타나면서 ’도민 숙원사업’이라는 제2공항 건설 명분은 상당 부분 퇴색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할 경우 반대 도민과 단체의 반발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제주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우세하게 나온 것은 제주도민의 개발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9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민의 삶과 괴리된 사업은 도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도민의 지혜와 경험은 난개발을 촉발하는 제2공항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찬식 이 단체 공동집행위원장은 “단순히 공항 하나를 더 짓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 70%에 이르던 찬성이 반대로 기운 것은 도민들이 더는 난개발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도와 도의회가 도민의 뜻에 맞는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 절차를 중단하고 제주공항 이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터미널 신축과 공항 대중교통 개선, 관제운영시스템 첨단화 등 현 제주공항의 전면적인 시설 개선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를 두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도 입장을 내놨다. 좌남수 도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주도민들께서 내려주신 의견을 겸허히 존중한다. 도는 조사 결과를 국토부에 충실히 전달해야 하며, 국토부도 전달된 도민의 뜻을 존중해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에 대해 ‘정책 참고용일 뿐’이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한 모습이다. 원희룡 지사는 그동안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제주도민의 숙원이자 제주의 미래를 위한 필수사업’(2019.2.20). ’제주의 경제위기를 해소할 획기적인 기회이자 경제지도를 바꾸는 동력’(2019.11.15), ’도지사의 의무이자 책무’(1.1)라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이날 도는 “국토부에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전달하겠다.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이제는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함께 해주시기를 바란다”는 입장문을 내는 데 그쳤다.
일부에서는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지역을 중심으로 제주 동부지역에서는 ’찬성’이 높았고, 서부지역에서는 ’반대’가 높은 데 대해 주민들이 동부지역에서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고, 서부지역은 지역 홀대론에 더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주시 중심지인 (읍·면이 아닌) 동지역에서는 관광객 과다 수용에 따른 교통난과 상하수도, 쓰레기처리 문제 등 각종 부작용 등 개발에 따른 피로감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제2공항을 둘러싼 논란은 국토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국토부도 조만간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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