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수형 행불인 유족들이 21일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뒤 수형 생활 중 행방불명된 이른바 ‘4·3 수형 행불인’들에게도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21일 4·3 수형 행불인 10명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2019년 6월 행방불명인들이 수형 생활을 했던 지역별로 만든 5개 위원회에서 각각 2명씩 10명을 추려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검찰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내란죄, 국방경비법 위반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지만 이를 입증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에 재판부는 “형사처벌에 대한 입증의 책임이 있는 검찰도 아무런 증거가 없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구형했다”며 “공소사실에 범죄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해방 직후 4·3의 혼란기에 반정부 활동을 이유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국가로서 국가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에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피고인들의 목숨마저 희생돼 가족들은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 살았다. 과연 국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고인들이 저승에서라도 마음 편하게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4·3 수형 행불인 희생자 고 오형률씨의 아내이자 최고령자인 101살 현경아 할머니가 딸의 부축을 받고 있다.
현재 제주지법에는 이번 무죄를 선고받은 10명 외에도 330여명의 재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당시 배우자를 잃은 현경아(101) 할머니는 “20대 후반에 4·3을 만나 혼자 3남매를 키우며 너무도 힘들게 살았다. 아빠(남편)는 어디 갔는지 볼 수도, 말할 수도 없지만 이제야 생각이 난다. 너무나 을큰(억울)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제주지법은 지난해 1월 수형 생존자 18명에게 사실상 무죄 취지 공소기각 판결을, 같은 해 10월 일반 재판을 포함한 수형 생존자 8명의 무죄 선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재 제주지법에서는 이들 외에 330여명의 재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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