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실에서 참배하는 유족들.
정부와 여당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 개정안의 희생자 배상문제와 관련해 ‘위자료’ 명목으로 합의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정안 조항이 모호하다는 입장인 반면, 또다른 한쪽에서는 ‘위자료’에는 배·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4·3 희생자 배·보상 문제는 4·3 해결 과정의 최대 쟁점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대통령 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들이 배·보상을 약속했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는 재정부담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가 컸다. 사실 4·3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해 쟁점이었던 희생자 배·보상에 대해 기획재정부 등은 타 과거사 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제주을)은 지난 18일 정부와 당의 협의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군사재판의 무효화 등은 법무부 등의 전향적인 조치로 ‘일괄 재심’ 방법으로 물꼬를 텄다.
그러나 4·3특별법 개정안 초안 제17조에는 “국가는 제13조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에 대하여 위자료 등의 특별한 지원을 강구하며, 필요한 기준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부대의견으로 “국가는 제주4·3사건 희생자에게 위자료 등의 재정지원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고 정했다. 오 의원실은 용역기간은 6개월로 잡고 2022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조항에는 희생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문구가 없다. 배·보상이 협의 과정에서 ‘위자료’로 바뀐 것도 유족들이 의아해 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단법인 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이낙연 대표와 오영훈 의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위자료 등 특별한 지원’은 주민 희생에 대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이행임을 부정하고 국가의 재량이나 시혜 차원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는 표현이다. 불가피하게 ‘위자료 등’의 표현을 넣는다면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로써 위자료 등을 지급한다’로 수정하고, 위자료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관계자는 “국가폭력이 불법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응분의 대가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국가의 책임을 법률 규정에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하여 한다’는 조항은 면책 조항에 가깝게 된다며 위자료의 지급과 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오 의원실 쪽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학살 피해와 관련해 법원의 ‘위자료’ 지급 판례가 있다.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포함한 손해배상이 위자료다. 위자료라는 표현이 들어감으로써 사법부 판결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또 시행령으로 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금액을 시행령으로 맡기면 정부가 결정하라는 건데 행안부에서는 그런 부분은 정치권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