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수형 생활을 한 이른바 ‘수형 생존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21일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수형 생활을 한 김묘생(92) 할머니 등 7명에 대한 재심 청구소송 선고 공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제기된 행위를 피고인들이 저질렀다고 봐야 하는데 피고인들은 '그런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사가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증거가 없어 무죄를 구형했다.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정에는 김 할머니와 장병식(90) 할아버지 등 2명이 참석했다. 김정추(89) 할머니 등 3명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했고, 송석진(93) 할아버지 등 2명은 재판 도중 별세해 유족들이 현장을 지켰다. 재판부는 불출석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 연기를 고심했으나, 변호인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심신장애를 인정하고, 검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선고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날 4·3 군사재판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해방 직후 극심한 혼란기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이념의 굴레를 씌워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에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개인이 희생됐고, 그로 인해 피고인들의 삶은 피폐했을 뿐 아니라 자녀와 유족들은 오랜 기간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 지내왔다. 부디 이 판결로 피고인들의 굴레가 벗겨지고 나아가 생존한 피고인들에게는 여생 동안 하루하루 평온한 삶이 이어지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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