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유족들이 지난 14일 제주도청 앞에서 4·3특별법의 연내 국회 처리를 요구하며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 4·3특별법의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면서 4·3 유족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최근 4·3특별법 개정안을 새달 8일 끝나는 임시국회 기간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은 지난 7월23일 오영훈 의원(제주시 을)이 대표발의한 4·3특별법 개정안을 수정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희생자 배상·보상과 4·3 당시 군사재판의 무효화,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군사재판 일괄 무효화는 사법부 권한 침해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보이던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4·3 희생자들의 특별재심 사유를 인정하고 제주지방법원에 관할권을 부여하는 전향적인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국회에 냈다. 법무부 안대로라면, 검사가 일괄적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1999년 당시 추미애 새정치국민회의 의원(현 법무부 장관)이 발굴한 ‘수형인 명부’를 보면, 1948년과 1949년 2차례에 걸친 군사재판으로 제주도민 2530명이 내란죄 등 명목으로 사형과 무기징역, 징역 1~20년형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을 받은 대다수 도민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행방불명됐다. 수형 생존자들이 제기한 재심 청구 소송에서는 지난해 1월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졌고, 현재는 행방불명된 수형자 유족 350여명이 제기한 재심 청구 소송이 제주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개정안의 최대 쟁점은 배상·보상 문제다. 4·3 희생자 수는 지난 9월 말 현재 1만4533명, 유족은 8만452명에 이른다. 배상·보상액은 다른 민간인 학살 사건의 국가배상액 평균치인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만 적용해도,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4·3유족회는 4·3특별법 개정안 연내 처리를 촉구하면서 지난 14일부터 제주시내 주요 거리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제72주년 추념식에 참석해 “4·3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보듬고 삶과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국가의 책무”라며 군사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배상·보상을 약속하는 등 제주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 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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