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에 제2공항 반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 해소 특별위원회가 도민 여론조사에 합의했지만, 제주도의 입장만 관철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좌남수 도의회 의장은 지난 11일 제주도청에서 다음달 11일까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하는 내용의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고, 여론조사 내용도 공개했다. 도와 도의회는 성산읍을 포함해 제주도민 2천명을 표본으로 조사하고, 성산읍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별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론조사는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사업에 따른 도민 갈등 해소와 정부 정책 수립의 참고용임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성산읍 제2공항 찬·반만을 묻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도의 입장만 관철됐을 뿐 도의회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도의회는 애초 ’제2공항 건설안’과 ’현 제주공항 확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도의 요구대로 제2공항 찬·반만을 묻는 쪽으로 물러섰다.
또 도가 요구했던 ’성산읍 지역주민 가중치 부여’도 ’별도조사’라는 방식으로 수용함에 따라 사실상 가중치를 준 것으로 해석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도는 여론조사 목적을 원희룡 지사가 줄곧 언급해왔던 것처럼 정부 정책 반영이 아닌 참고용으로 규정해 여론조사 합의에도 ‘갈등 해소’라는 조사의 의미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이번에 하는 여론조사는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도민 의견수렴이지 성산읍 의견수렴이 아니다.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했던 마을이 아닌 성산읍을 별도조사해서 그 결과를 국토부에 제출하겠다는 것은 피해 마을 이외의 성산읍 지역에서 찬성 여론이 높은 점을 이용한 악의적 발상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지난 10월 현 제주국제공항 활용 가능성 심층토론회를 앞두고 도와 도의회, 국토교통부는 ‘토론 이후 도의회 특위와 도가 공동으로 여론조사 등 도민 의견 수렴방안에 대한 협의를 선행하여 진행’하기로 했고, 도민의 동의와 지지 없이는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모두 ‘도민’ 의견수렴이었지, ’성산읍 주민’의 의견수렴이 별도로 언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론조사 내용에 대한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앞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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