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수형생활을 한 김두황(92·모자쓴 이)씨가 7일 재심 청구소송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기자회견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4·3 당시 군사재판(군법회의)을 받은 이른바 ‘수형 생존자’들 무죄 취지의 판결에 이어 일반재판 ‘피해자’ 재심에서도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장찬수)는 7일 오전 제주지법 제201호 법정에서 열린 김두황(92)씨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해방 직후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했을 때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벌어진 제주4·3 시기 갓 20살 넘은 청년이 반정부 행위를 했다는 명목으로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그로 인해 개인의 존엄이 희생됐고, 삶은 피폐해졌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92살에 이른 피고인은 그동안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운명으로 여기거나 자신의 탓으로 여기며 오늘에 이르러 그에 대한 피해가 얼마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오늘 선고가 피고인에게는 여생 동안 응어리를 푸는 작은 출발점이기를 바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20살 때인 1948년 11월16일 당시 남제주군 성산면 난산리 자택에서 경찰에 연행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다. 판결문에는 김씨가 “1948년 9월25일 오후 8시~8시45분 사이 마을 내에서 6명과 공동으로 무허가 집회를 해 폭도들에게 식량 제공을 결의하고, 같은 해 9월28일 좁쌀 1되를 제공해 폭동 행위를 방조했다”고 나와 있다.
김씨는 재심 재판 과정에서 당시 경찰 조사 때 구타와 물고문을 당했으며, 총을 겨눈 경찰로부터 ‘쏘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김씨와 함께 당시 군사재판을 받았던 수형 생존자 7명도 이날 판결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추가 검토 등을 위해 오는 21일로 선고를 연기했다.
제주4·3 일반재판 피해자도 처음 무죄 판결을 받게 된 만큼, 군사재판 만이 아니라 일반재판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재심청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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