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반대 주민과 단체들이 27일 오후 제주도가 제2공항 관련 여론조사를 앞두고 관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제주도청 앞에서 항희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제주도가 제2공항 건설 관련 여론조사를 앞두고 건설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제2공항 건설 반대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제주도청에서 관권 동원 홍보를 규탄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7일 오후 2시 제주도청에서 “제주도가 제2공항 도민 여론 수렴에 앞서 관권 홍보를 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뒤 제주도청 진입을 시도했으나, 제주도청 쪽이 현관문 등 출입문을 봉쇄해 현관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제주도청을 항의 방문한 것은 제주도가 최근 도내 버스와 전광판 등에 제2공항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의 영상광고를 내보내고, ‘제주 제2공항 이렇게 추진됩니다’라는 제목의 홍보 책자를 발행해 행정시와 일선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 배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단체는 ’관권개입 행정개입 여론조사 웬 말이냐’, ’지역주민 다 죽이는 제2공항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 갖고 간 제2공항 홍보 책자를 찢는 퍼포먼스를 통해 제주도청에 항의했다.
강원보 성산읍 반대대책위원장은 “우리는 도민이 어떤 결정을 하든지,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공정하게 여론을 수렴하면 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여론 형성에 개입해 관권을 동원한 여론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제주도는 찬성단체, 도민단체가 아니다. 여론조사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제주도가 찬성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 제주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관제 여론몰이는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다. 도민 여론조사는 제2공항으로 도민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주도와 도의회가 협의해 추진하는 사업인데도 제주도가 한쪽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도민 갈등을 더 부추기는 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며 여론몰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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