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한 용천수. 허호준 기자.
과거 제주인들의 일상생활 무대였던 ’용천수’가 사라지고 있다. 용천수는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물이다. 제주도 내에는 중산간이나 해변 지역 등 곳곳에 용천수가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왔다. 그러나 상수도의 개발 등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27일 제주도가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나온 ‘용천수 전수조사 및 가치보전·활용방안 마련’ 최종 용역 보고서를 보면, 지금도 물이 솟아나는 제주도 내 용천수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24곳을 포함해 모두 656곳으로 나타났다. 물이 솟아나는 용천수는 1998~1999년 조사에서는 755곳, 2010년 753곳에 이어 2013~2014년엔 661곳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그동안 조사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던 17곳이 새로 확인된 반면 매립이나 멸실 등이 된 곳은 22곳으로 나타났다.
용역팀이 용천수 56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8.3%인 316곳이 방치되고 있으며, 24.2%인 185곳은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곳은 142곳, 활용되지 않는 곳은 494곳으로 나타났다.
또 용천수 수질검사 결과 질산성 질소가 대부분 먹는 물 수질 기준(10㎎/ℓ) 이하로 조사됐다. 중산간 지역은 평균 1.6㎎/ℓ, 하류 지역은 평균 5.6㎎/ℓ, 해안을 낀 수변공간은 8.6㎎/ℓ 등으로 적합했지만, 기준을 넘어서는 용천수도 상당수 확인됐다.
용역팀은 용천수의 가치 발굴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구술채록과 역사와 연계한 스토리 텔링 발굴, 용천수의 향토유산 지정 등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도는 용천수가 문화적 가치가 있고, 과거 제주도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생활 유산이라는 점을 고려해 향토유산으로 지정해 보전·관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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