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하나인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용천동굴이 화학비료로 오염 위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주변에는 멸종위기종 및 희귀식물이 분포하는 식물 다양성의 핵심지역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8일 오후 제주 한라수목원 생태학습관에서 열린 ‘제주도 천연동굴 보존관리방안 연구 및 조사’ 학술용역 최종 보고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이번 학술조사 결과 만장굴과 상류 동굴로 흘러들어오는 유입수는 인위적 오염 가능성이 없지만, 용천동굴 유입수는 지상부 석회 물질과 오염원으로 인해 지점별로 수질 차이가 크고, 주요 질산성 질소 오염원은 화학비료로 확인됐다. 동굴 유입수는 벽면 유입형태가 유량이 많고 지속성이 커 강수의 상당 부분은 4~11시간 만에 절리대를 통해 동굴 내부로 빠르게 유입되고, 일부는 수개월 이상 느리게 유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팀은 동굴 내 오염방지와 동굴 환경보호를 위해 동굴수 유입지점 지상부에 국지적 규모의 관리 구역 설정과 유입수 및 동굴 환경인자 실시간 관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일대에는 제주고사리삼, 순채, 황근, 으름난초 등 4종의 멸종위기 야생식물을 비롯해 두잎감자난초, 좀어리연꽃, 솜아마존, 여름새우란 등 다수의 희귀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돼 식물다양성 핵심지역으로 평가됐다. 관속식물 640분류군과 한반도 미기록 태류식물인 털밭둥근이끼, 돌밭둥근이끼를 비롯해 114종의 선태식물 분포도 확인됐다.
또 용암동굴계에 있는 웃산전굴, 만장굴 등 6개 동굴을 조사한 결과 관박쥐와 긴가락박쥐 등 제주도내 박쥐는 육지 개체군보다 몸 크기가 작고 동면기 온도 선호도가 낮아 동면 차이를 나타냈고, 동면 기간에도 먹이활동을 지속하는 것으로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재청 지원으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말까지 10억원의 용역비를 들여 5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동굴들에 대한 진동 및 지하수 영향, 지표 식생분포, 동굴 내 박쥐 및 미생물 등 모두 5개 분야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김대근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학술용역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있는 동굴 관리 보전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협력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