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 개원을 둘러싼 중국 녹지그룹과 허가권자인 제주도 간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현룡)는 중국 녹지그룹 산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 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20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녹지 쪽이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내걸고 녹지병원 개원을 허가한 것은 부당하다며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서는 선고를 연기했다.
재판부는 “녹지 쪽이 개설허가처분에 붙인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개설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개설허가 뒤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했어야 한다. 그러나 녹지는 업무 시작을 거부했기 때문에 개설허가에 위법 여부와는 관계없이 개설허가를 취소할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경우 경제성이 없어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주장과 진료 거부에 따른 처벌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3개월 이내 업무를 개시하지 않은 데 대해 업무 정지가 아닌 허가 취소 처분을 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지 쪽은 지난해 4월17일 제주도가 녹지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하자 그해 5월 이를 취소해달라며 ‘외국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녹지는 당시 소송 제기 사유로 △개설허가에 붙인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 위법 △내국인을 진료하지 못할 경우 경제성이 없어 병원 운영에 어려움 △내국인 진료 거부에 따른 처벌 위험 등을 들었다.
앞서 녹지 쪽은 도가 지난 2018년 12월5일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 진료하도록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 처분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지난해 2월14일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도는 당시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 등이 영리병원 개설에 따른 국내 공공의료체계 붕괴 우려 등을 들며 강하게 반발하자 영리병원인 녹지병원에 대해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만 진료하도록 조건부 개설허가를 내렸다.
그러나 녹지 쪽은 의료법이 정한 3개월(90일) 내인 지난해 3월4일까지 진료를 개시하지 않았다. 도는 녹지 쪽이 법정 기한을 넘겨 개설허가를 어겼다며 취소했다.
한편 녹지 쪽이 제기한 ‘내국인 진료 제한’과 관련한 허가조건 취소소송은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청구소송’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선고를 연기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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