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 산지천 수상에 설치된 입체·설치미술 배성미 작가의 ‘들꽃처럼’ 아트 페스타 in 제주운영위 제공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 달여 동안의 임시 휴관을 끝낸 제주지역 문화시설들이 다채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비대면 문화예술축제도 열린다.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노정래)은 휴간 기간 과거 감염병에 맞서 이를 극복하고 했던 제주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14일부터 열리는 상설 테마전으로 ‘제주인, 역병을 이겨내다’를 통해 조선시대 제주의 감염병과 관련한 역사 기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했던 유물을 소개한다. 전시자료는 의서와 약재, 의료도구 등 13점이 선보인다. 예전 제주에서는 역병이 창궐하면 무당을 찾아가 굿을 하거나 어린아이들은 넋들임을 받았는가 하면, 열이 나면 뽕나무 껍질을 달여먹기도 했다.
제주시 산지천갤러리에 전시되는 회화 작품. 이수목 작가의 ’제주-별을 담다’. 아트 페스타 in 제주운영위 제공
이번 전시에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제주도의 전염병을 소개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전시물을 보면, 1714년(숙종 40)년 3월 제주에 역질이 크게 유행해 1천여명이 죽었다고 하고, 1757년(영조 33년) 8월에도 제주에서 사망자가 500여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을 소개하고 있다. 탕약의 재료와 의서 등도 소개하고 있다.
오는 23일부터는 제주시 원도심 산지천광장 등에서 문화예술축제가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다. 제주시와 아트페스타in제주운영위원회(총감독 김해곤)은 제5회 ‘아트 페스타 in 제주’를 2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산지천광장과 산지천갤러리 등과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을 만나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역 문화예술가 등 114명과 시민 400여명이 참가한다. 이 축제는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을 육성하고, 제주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는 한편 제주의 문화적 이미지를 찾아 시각예술로 선보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의 테마전 ’제주인, 역병을 이겨내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산지천갤러리에는 회화, 조각, 영상미디어, 설치미술 등 67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탐라문화광장에는 입체·설치미술, 조형·휘호깃발 38점이 산지천의 수상과 수변, 다리 위에 마련된다. 산지천갤러리 건너편의 옛 새마을금고에는 시민 참여자 그림 400점이 전시된다.
김해곤 총감독은 “이번 축제는 예술가와 시민이 공동체적 문화 환경을 조성해 제주의 자립적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번 문화예술축제가 비대면 전시로 진행될 수밖에 없지만, 생활과 함께 하는 미술, 친근한 미술, 소통하는 미술로 예술의 다양성을 조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