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군사재판과 일반재판을 받아 수형생활을 한 이른바 ‘수형생존자’ 8명에 대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제주4·3 군사재판 수형생존자들에 대한 재심 개시는 이번이 두번째이며, 일반재판 수형생존자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은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8일 법원 201호 법정에서 제주4·3 당시 수형생활을 한 송순희(95)씨 등 8명에 대한 재심 청구 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4·3 당시 송씨 등 7명은 군사재판을, 김두황(92)씨는 일반재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송씨 등 군사재판을 받은 7명에 대해서는 “<수형인명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등을 살펴볼 때 당시 군사재판이 이뤄졌고 고문과 불법 연행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형인명부>에 따르면 두차례 군법회의로 2천여명 이상이 군사재판을 받았다고 돼 있다. 진술을 들어보면 수형장소가 제주시에 몇곳이 있는데 그 짧은 시간에 수천명의 사람을 적법하게 영장을 발부해서 구금하기는 어렵다”며 재심 개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일반재판을 받은 김씨에 대해서는 “당시 법이 정한 최대 구금기간인 40일을 초과해 불법구금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불법적으로 잡혀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무고함을 주장했다. 장작 등으로 구타당하고 총구를 겨냥하는 바람에 허위자백했다고 진술했는데, 허위 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연옥(91), 송석진(93)씨는 지난 3월과 7월 작고했다.
재심 개시 결정 직후 김씨는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생겨 기쁘다. 72년 동안 응어리진 한을 절반은 푼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으로 생존수형인 8명은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앞서 지난해 1월 4·3 수형생존자들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 취지의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진 만큼 이번 재심에서도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4·3 수형인은 모두 362명으로 이 가운데 군사재판 352명, 일반재판 10명이다. 제주4·3 당시인 1948년과 1949년 두차례의 불법 군사재판을 받아 국방경비법 위반과 내란죄 등으로 다른 지방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한 4·3 수형인은 <수형인명부>상 2530명으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집단처형되거나 행방불명됐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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