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주4·3 당시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제주4·3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해 무효화 대신 ‘일괄 재심’ 청구 방안을 제시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희생자 명예회복 조치와 배·보상 문제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묻는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을)의 질의에 대해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오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에는 제주4·3 당시 이뤄졌던 2530명에 대한 군사재판이 합법적인 절차와 내용이 결여된 불법 군사재판인 만큼, 무효화 조치를 통해서 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았던 수형인 희생자가 2500여명이 된다. 이 분들은 희생자로 인정됐지만 여전히 전과기록이 남아있다. 현행법으로는 전과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불법 군사재판에 희생된 분들의 무효화를 통해서 해결해햐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행안부는 무효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재심절차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부분의 유족이 고령이라는 점이다. 500~1000 여명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는 유족이 없어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안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진 장관은 “저희도 명예회복을 하는 방법을 여러가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을 전부 무효화하거나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것은 삼권분립상 어려울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진 장관은 그러나 “유족이 없으면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가 하거나 법률에 명시돼 있는 위원회(제주4·3위원회)가 일괄해서 하는 부분을 유연하게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의원이 “위원회가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진 장관은 “그렇게 법을 만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4·3특별법 조항에 군사재판의 무효화 대신 재심 청구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진 장과의 발언은 부마항쟁특별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특별재심 조항을 원용하되 유족이 없는 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방안으로 검사가 일괄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제주4·3위원회가 일괄해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률안에 명시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주4·3특별법의 군사재판 무효화 조치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지만, ‘일괄 명예회복’ 조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어서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힘을 얻을 전망이다.
진 장관은 배·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배·보상까지 끝내서 과거사 문제들이 종결됐으면 한다. 하지만 재정당국도 재정의 한계가 있는 만큼 행안부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어서 재정당국과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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