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장구목 일대에서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를 위해 벌채 실험이 진행됐다. 허호준 기자
제주 한라산 국립공원을 뒤덮으며 한라산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지적받는 제주조릿대가 벌채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을 뒤덮고 있는 제주조릿대 제거를 위해 말 방목과 벌채 등의 방안을 연구해오다 실증 실험 결과 벌채가 효용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베어내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제주조릿대는 한라산에서 소와 말의 방목이 금지된 1980년대부터 퍼지기 시작해 지금은 한라산 국립공원 전역에 퍼져 있다. 다년생 벼과 대나무인 제주조릿대는 제주에만 분포하며 1m 안팎까지 군집을 이뤄 자라고, 번식력이 강해 주변 식물들의 생육을 막아 한라산의 식생을 교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도 세계유산본부가 환경부에서 지원을 받아 2016년부터 5년 동안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 맡겨 ‘제주조릿대 관리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한 결과, 제주조릿대는 한라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53.4㎢ 가운데 95.3%인 146.1㎢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1400m 이상 지역 22㎢ 가운데 88.3%인 19㎢에 분포한다.
한라산 족은윗세오름 사면을 뒤덮은 제주조릿대. 허호준 기자
도 세계유산본부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한라산 만세동산 일대에서 말 방목을, 한라산 장구목 일대 등 5개 구역에서는 벌채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말 방목 구역에서는 이 기간 제주조릿대 생물량이 최대 96% 줄었고, 분포 식물종은 36종에서 52종으로 늘었다. 벌채 구역에서는 제주조릿대 생물량이 92% 줄어든 반면 분포 식물종은 37종에서 65종으로 증가했다. 이는 제주조릿대의 제거로 햇빛을 받아 주변 식물이 이입되는 데 따른 것으로 김의털 같은 식물이 먼저 벌채 지역에서 자랐고, 제주달구지풀 등도 다시 자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대신 도 세계유산본부 생물자원연구과장은 “말 방목은 300㎏ 정도 나가는 말의 힘으로 지하부까지 파헤쳐 조릿대 뿌리까지 뽑는 효과가 있지만 표토 유실 등의 단점도 있다. 또 말 구매와 관리, 말 관리사와 수의사 등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다. 반면 전용낫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벌채할 경우 효과가 있어 벌채를 통해 조릿대를 제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우선 선작지왓과 한라산 정상 남벽분기점 주변을 일차적으로 제거 구역으로 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이를 위해 올해 연구 용역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 문화재청과 환경부 등과 협의해 베어내기에 들어간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