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지난 3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종당리의 한 치어양식장 지붕이 강풍에 부서지고 무너졌다. 연합뉴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비자림로 가는 길 양쪽은 예년 이때쯤에는 당근들의 새싹이 돋아 푸릇푸릇한 모습을 띤다. 그러나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에 침수되거나 쓸려내려가 휑한 상태로 남았다.
최근 3차례의 태풍이 제주에 영향을 끼치면서 제주지역 농작물이 큰 피해를 보았다. 9일 제주도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8일까지 접수된 태풍 마이삭(1~2일)에 따른 침수 피해는 당근과 월동무, 콩, 감자 등을 가꾸던 농경지 1000여㏊에 이른다. 또 감귤류인 황금향과 비가림 감귤, 금귤 등의 시설 하우스 피해도 15건에 1만2982㎡가 접수됐다. 닭(육계) 1만100여마리 등도 폐사했고, 양식장도 70여건의 시설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26일 제주도 서쪽 해상을 통과한 태풍 바비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500여㏊에 이르렀다.
문제는 농작물이 3차례의 태풍 내습으로 비바람에 침수되는 등의 피해를 보아 재파종 시기를 놓치거나 모종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김아무개(63·제주시 구좌읍)씨는 “당근 농사를 지었는데 태풍이 연이어 오는 바람에 60% 정도는 망쳤다. 다른 대체작목도 없는 실정이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도내 당근 최대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 당근밭들은 잇따른 태풍으로 상당 면적이 침수되거나 강풍에 쓸려나갔다. 당근은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에 파종해 지금쯤 10~15㎝ 정도 새싹이 나는 시기지만 침수 피해를 보면서 뿌리가 썩는 데다 시기를 놓쳐 재파종도 어렵게 된다.
지난달 파종과 정식이 이뤄진 양배추, 콜라비, 월동무 등의 어린싹과 모종도 강풍과 폭우에 피해가 발생했다. 어린 모종 뿌리가 침수되면 뿌리가 썩거나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어든다.
도는 피해 신고가 들어온 농경지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피해를 확인한 뒤 보상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도 관계자는 “태풍 마이삭은 12일까지, 하이선은 16일까지 피해신고를 받고 있다. 이 시기가 되면 피해 면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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