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강타하고 지나간 3일 오전 병원 관계자들이 제주시 연동 한라병원에서 도로로 쓰러진 큰 나무를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한라산에 1천㎜의 폭우를 쏟아부은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휩쓸고 간 제주 곳곳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농경지 피해까지 집계되면 태풍 피해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일 낮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비바람은 오후 5~6시께 들어 더욱 맹렬한 기세를 떨친 뒤 태풍이 제주도 해상을 빠져나가기 시작해 자정이 조금 지나 누그러들었다.
3일 기상청의 자료를 보면, 2일 0시부터 3일 오전 9시까지 한라산 남벽에 내린 강우량은 1037.5㎜에 이르렀다. 이어 한라산 영실 963.5㎜, 윗세오름 958.5㎜,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 463.5㎚, 제주시 183.8㎜를 기록했다. 최대 순간풍속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지역이 초속 49.2m를 기록해 가장 셌고, 새별오름 44.7m,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 41.0m를 비롯해 제주시내에도 37m 이상의 강풍이 불었다. 제주도 해상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8~12m의 파도가 일어 해안가 주변이 통제됐다.
태풍이 몰아치면서 피해도 잇따랐다. 2일 오전 서귀포시 호근동을 시작으로 제주시 연동, 일도동, 애월읍. 서귀포시 성산읍, 대정읍 등 모두 4만752가구가 정전됐다. 대부분 복구됐으나, 제주시 애월읍과 삼양동, 해안동 등 일부 지역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이런 대규모 정전은 지난 2006년 4월 해저케이블 손상으로 제주도 모든 지역이 2시간30분 동안 정전되는 블랙아웃이 일어난 이후 최대 규모다.
태풍 마이삭이 퍼부은 폭우에 만조 현상까지 겹쳐 2일 밤 제주시 삼도2동 119센터 인근 저지대 주택 여러 채가 침수됐다. 사진은 3일 새벽 물에 잠긴 삼도2동 골목길 모습. 연합뉴스
제주시 외도동 월대천의 수위가 상승하면서 인근 지역 1가구 주민 5명이 마을회관으로 일시 대피했고, 제주시 삼도2동 4가구 5명도 인근 경로당으로 대피했다가 귀가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들어온 피해신고 건수만 749건에 이르렀다. 가로수와 신호기, 도로침수 등 공공시설 266건과 간판, 건물 외벽 등 사유시설 490건이 피해를 입었다. 차량 운전 중 폭우가 도로로 쏟아져 고립되거나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등 인명구조 건수도 14건 26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농경지 침수 피해 등에 따른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피해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태풍의 영향으로 중단됐던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은 3일 오전 7시부터 정상 운영됐다. 그러나 여객선 운항은 제주 앞바다에 내려진 풍랑경보로 중단된 상태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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