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의 도 넘은 측근 챙기기에 제주도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공모직 자리에 측근 인사가 추천될 때까지 자주 ‘재공모’ 절차를 밟아, 사실상 공모제 취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연구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24일 재공모를 통해 제주연구원장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추진에 기여한 김상협(57) 한국과학기술원 글로벌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장을 내정해 원 지사에게 추천했다. 1차 공모에서 2명이 응모했으나 응모자 가운데 1명이 철회하면서 재공모가 이뤄졌다. 그러나 2차 공모 전부터 김 센터장의 사전 내정설이 퍼졌다. 김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이 추진될 때 대통령비서실 녹색성장환경비서관과 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지난 20일에는 원 지사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오경생 전 제주도개발공사 비상임이사를 제주의료원장에 임명됐다. 제주의료원장도 1차 공모 때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가 이뤄졌다.
지난 1일엔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태엽 서귀포시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원 지사 비서실장 출신인 김 시장은 최근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지역 언론과 도의회,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제주도문화예술재단 이사장에 원희룡 선거캠프 비서실장을 지낸 이승택 전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이 재공모 끝에 임명됐다. 추천위원회는 1차 공모에서 지원자 13명을 심사해 후보자를 도에 추천했지만, 도는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요구했다. 당시 제주민예총은 ‘전문성도 자질도 없는 낙하산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출자·출연기관 곳곳에 선거법으로 벌금형을 받거나 선거운동을 지원한 인사들을 곳곳에 임명했다.
이처럼 원 지사가 무리수를 두면서 인사를 강행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도의회 등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28일 성명을 내고 “원 도정의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제주도정이 ‘직업소개소’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인사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 도의원은 “원 지사가 곳곳에 선거 공신이나 측근을 배치하는 것을 보면 공모나 인사청문회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겨냥한 원 지사의 행보에 맞춘 인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원 지사가 약속했던 ‘인사의 공정성’은 물 건너간 지 오래됐다”고 꼬집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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