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제주 해안을 덮치고 있는 녹조류인 구멍갈파래의 급증 원인이 양식장 배출이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는 배출수 기준 강화 등 제주도의 관리대책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지난달 2~22일 제주도내 연안 육상양식장과 해변을 중심으로 구멍갈파래의 유입 상황을 조사한 결과 조사지점 80곳 가운데 63곳에서 구멍갈파래가 퍼진 것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구멍갈파래 유입이 심각한 연안은 육상 광어양식장이 밀집된 동부 해안의 성산, 구좌, 조천 및 서부 해안의 한경, 한림 해변 등 21곳이다. 또 금능, 곽지, 이호, 김녕, 신흥, 함덕 등 대부분의 제주시 해수욕장에서도 발견됐다.

파래류가 과도한 영양물질로 과잉성장해 연안의 바위를 덮거나 조류에 떠밀려 해안에 띠 모양으로 쌓이는 구멍갈파래는 해안 경관을 해치고 말라붙거나 썩으면 악취가 심하게 난다. 특히 영양염류 흡수율이 뛰어나 다른 해조류를 결핍시키는 등 연안에 서식하는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제주도내 육상양식장은 모두 464곳으로 제주 해안을 따라 평균 540m에 1곳이 분포하고 있다. 양식장은 1996년 117곳에서 2001년 242곳, 2017년 464곳으로 급증했다. 사료 찌꺼기와 물고기의 대사 활동으로 인한 유기물과 질소 부산물이 섞인 양식장 배출수는 바다로 흘러가 연안 수질이 오염된다고 녹색연합 쪽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2017년 구멍갈파래의 급증 원인에 대해 “담수에서 유입되는 질산성 질소와 주변 양식장에서 유입되는 인 성분이 영양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녹색연합은 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연안 부영양화 원인으로 질소와 인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들 항목은 물환경보전법에 근거한 배출수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은 “배출수 기준 항목 자체도 부실하지만 양식장이 수질 기준을 위반할 경우에도 3차까지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4차의 경우 영업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위반 시 제재가 약하고 1년에 1~2차례 단속하는 방식으로는 실효성이 없다. 제주도내 해안가에 구멍갈파래가 급증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양식장 배출수, 생활 오·폐수 등 주요 육상 오염원에 대한 집중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