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린 어린이집 보육교사 피살사건 피의자인 박아무개(51)씨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죄 입증은 엄격한 증거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지만, 모두 간접증거일 뿐이다. 이러한 정황만 갖고는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7월11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도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진술을 토대로 구성한 증거는 없지만, 미세섬유와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과학수사로 도출한 증거를 토대로 박씨의 유죄를 확신한다”며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박씨는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이나 언론 모두 저 한테는 족쇄 같은 존재들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모든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09년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ㄱ(당시 26)씨가 귀가하다 실종된 뒤 일주일만인 같은 달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이 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범인을 잡지 못해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렸다. 택시기사였던 박씨는 당시에도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직접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이날 재판부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이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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