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변했다.
원 지사는 2018년 4월 민선 7기 도지사 출마 선언 기자회견 당시 “제주도지사와 중앙정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으려는 욕심을 냈던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문제이고 저의 책임이다. 저는 제주도지사의 일에 전념할 것이다. 한 번 더 기회를 달라 “고 호소했다.
이어 같은 해 7월 도지사 취임 때는 “저에게는 소속 정당도 손잡은 정치세력도 없지만 제주도민만 바라보고 담대하게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취임 1주년 때도 “제주도정은 오로지 도민만 바라보면서 더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원 지사의 발언 중심에는 ‘도정 전념’이라는 네 글자만 있었다. 심지어 지난 1월 신년 인터뷰에서 “현재 중앙정치로의 진출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당장은 민생안정에 전념하고, 중앙정치가 아닌 도민만 바라보겠다”고까지 했다.
줄곧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하던 원희룡 제주지사가 변했다. 2년 전 민선 7기 도지사 출마기자회견에서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고 욕심을 냈던 때가 있었다”며 자기반성적 발언을 했던 원 지사의 모습은 사라졌다.
오히려 원 지사는 지난 5월 하순 한 중앙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대선에 모든 것을 걸고 던질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대권 도전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서울에서 언론사 인터뷰와 방송 출연 등을 넓혀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빠지지 않는다. 원 지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토론회와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문재인 정권을 ‘가짜 촛불 정권’, 문재인 대통령을 ’권력의 끝판왕’이라고 비난하더니 급기야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게 나라냐. 내 편은 진리라는 권력의 오만이 친문 무죄·반문 유죄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거울을 보라. 독재와 싸우다가 독재라는 괴물이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날을 세웠다.
이 사이 제주지역에서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나 입장 발표 등은 없었다. 1일에는 한 지역방송사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집무실을 나서는 원 지사를 쫓아가며 “중앙언론 인터뷰는 많은데 지역언론은 피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등 여러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도청을 떠났다.
한 방송사 기자는 “지난달 초부터 도지사 취임 2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도청 쪽에서 거부했다. ‘시간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서울 가서는 인터뷰를 하고 있더라”며 씁쓸해했다. 또 다른 방송은 “이틀에 하루가 멀다고 집무실을 비운다”고 비판했다.
민선 7기 후반기를 앞두고 실시한 도청 관광국 및 해녀문화유산과 폐지 등 조직개편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지난 4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 면허가 취소되고 각종 의혹이 제기된 김태엽 전 서귀포시 부시장을 시장에 임명해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를 열고 김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이날 원 지사는 서울에서 한 라디오 뉴스쇼에 일일 앵커로 나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난했다.
도는 다음날 오후 10시가 다 돼 기자들에게 이튿날 민선 7기 후반기 행정시장 임용장을 수여할 예정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도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인사 폭거이자 오만과 독선의 결과물”이라고 맹비난했지만, 원 지사는 1일 오전 일찍 임용장을 수여하고 정례 직원회의를 주재한 뒤 오는 8일까지 사실상 휴가에 들어갔다. 도는 “1일은 외출, 휴가는 주말인 4, 5일을 뺀 2~3일, 6~8일”이라고 밝혔다. 도는 갑작스러운 휴가에 대해 “직원들이 부담 없이 휴가를 가라고 독려하는 차원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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