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유영하는 어미 남방큰돌고래. 고래연구센터 제공
제주도 연안에서 어미 남방큰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업고 유영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지난 11일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조사 과정에서 죽은 새끼 돌고래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행동을 촬영했다고 26일 밝혔다. 고래연구센터는 남방큰돌고래 생태를 관찰하다가 어미 돌고래가 죽은 새끼 돌고래를 수면 위로 올리려 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포착했다.
고래연구센터 쪽은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의 사체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어미 돌고래는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했다.
죽은 새끼가 유영 중 떨어지자 다가가는 어미 남방큰돌고래. 고래연구센터 제공
김현우 박사는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어미 돌고래가 죽은 새끼 돌고래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너무 슬펐다. 우리 연구진도 5분 남짓 어미 돌고래의 행동을 촬영하고, 돌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조사를 끝냈다”고 밝혔다.
고래연구센터는 2007년부터 분기별로 제주도 연안 해안가를 돌면서 돌고래를 탐색하고, 발견하면 보트를 띄워 조사를 벌이고 있다.
어미 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한동안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특이행동이라고 고래센터 쪽은 설명했다.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도 2017년과 2018년 한 차례씩 관찰된 바 있다.
유영 중 죽은 새끼가 떨어지자 다가가는 어미 남방큰돌고래. 고래연구센터 제공
고래연구센터는 자료 검색 결과 이 어미 돌고래가 지난 2008년 4월 처음 발견돼 ’JB0850’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돌고래로 확인됐으며, 과거에도 출산 경험이 있는 암컷 성체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새기를 끝까지 지키려는 어미 돌고래의 모성애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다. 제주도 연안에는 돌고래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돌고래 무리를 만나면 다가가거나 진로를 방해하지 말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