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절차를 밟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제주지역의 가출 청소년이 공항에서 주운 항공권으로 다른 지방으로 나가는 항공기에 탔다가 적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비행기는 활주로 진입 전 탑승교로 항공기를 돌리는 ‘램프 리턴’까지 가는 소동이 발생했다.
23일 제주지방경찰청 공항경찰대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22일 오후 1시45분께 ㄱ(14)군이 다른 사람의 분실 항공권과 신분증을 이용해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 검색대를 통과했다. ㄱ군이 갖고 있는 항공권은 ㄴ(34)씨가 분실한 것으로, 이날 오후 3시 제주발 김포행 에어부산 BX8096편이다. ㄱ군은 지정된 좌석에 앉지 않고 화장실에 몸을 숨겼다.
이 사이 항공권과 지갑을 분실한 ㄴ씨는 ㄱ군보다 1분 늦게 부랴부랴 무인발권기에서 주민등록등본을 재발급 받은 뒤 항공사 발권 창구에서 급박한 상황을 설명해 항공권을 다시 발급받고 기내에 들어와 좌석에 앉았다.
그러나 승무원이 이륙에 앞서 탑승객들의 착석 상태를 점검하던 과정에서 화장실에서 나오는 ㄱ군을 수상히 여기면서 이런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에어부산 쪽은 그때야 같은 이름의 승객 2명이 타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고, 기장은 활주로 진입 전 탑승교로 항공기를 돌리는 램프 리턴을 했다. 이 때문에 195명의 승객이 탑승한 항공기는 예정시간 보다 1시간 늦은 오후 4시에 제주공항을 출발했다.
경찰 조사에서 ㄱ군은 제주공항 3층에서 대한항공 라운지 의자에서 지갑을 발견해 항공기에 탑승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쪽은 “항공기 탑승 직전 바코드 체크 때 ㄴ씨가 탑승하는 과정에서 벨이 울렸지만, 당시 직원이 바코드의 단순 오류로 착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중복 체크되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그냥 통과시킨 것이다.
10대 청소년이 주운 항공권으로 기내에 탑승한 소동이지만, 공항 보안에는 비상이 걸렸다. 제주지방항공청은 에어부산과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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