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공황장애 등을 앓던 20대 관광객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 생활을 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도 보건당국이 이 격리자가 평소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상담 등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아 격리자에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제주도와 경찰 등의 말을 들어보면, 이날 오전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 중이던 관광객 ㄱ(27·여)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오전 9시15분께 직원이 보호복을 착용한 뒤 격리시설에서 ㄱ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오전 9시46분께 숨졌다.
ㄱ씨는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방글라데시 출신 유학생의 접촉자다. ㄱ씨는 지난 18일 오후 이 유학생이 탑승한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에 같이 탔다가 유학생이 확진자로 판명됨에 따라 19일부터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중이었다.
ㄱ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불안증 등의 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ㄱ씨가 격리 당시 같이 여행에 나선 지인과 한 방에 격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규정상 한 방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해 옆방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그러나 주간에는 같이 있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ㄱ씨가 방을 같이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질환을 언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ㄱ씨는 평소 서울의 한 의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 20일 이 질환과 관련된 약을 관할 보건소를 통해 대리처방을 받았다.
그러나 격리과정에서 제주도가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는 격리자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인 데다 공황장애와 불안증 등을 앓고 있는 질환자가 혼자 방에 격리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20일 관련 질환 약을 대리처방까지 할 정도였으면 이에 따른 정신과 상담 등 조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는 제주도인재개발원에 남아있는 20여명의 자가격리자 심리치료를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사들을 파견해, 문제가 있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는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스트레스로 ‘마음돌봄’이 필요한 도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심리지원 24시 핫라인(1577-0199)’과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