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이어도3 - 구름이 내게 가져다준 행복’ 작품.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미술관 제공
‘땅이 필름이라면, 나는 그 위에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라며 제주의 자연을 쫓아 카메라를 손에 놓지 않았던 고
김영갑(1957~2005) 사진작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5주년을 맞아 지난 1일부터 그가 가꾸었던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미술관(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에서 그를 추모하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05년 그의 생전 마지막 전시였던 ‘내가 본 이어도’ 시리즈 작품들을 선보였다.
미술관 ‘두모악관’에서는 2005년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가 본 이어도1 - 용눈이오름’ 작품 가운데 일부를 전시하며, ‘하날오름관’에서는 ‘내가 본 이어도2 - 눈, 비, 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 ‘내가 본 이어도3 - 구름이 내게 가져다준 행복’ 작품 가운데 일부를 전시했다.
‘내가 본 이어도1 - 용눈이오름’ 작품.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미술관 제공
김 작가는 생전 ‘내가 본 이어도’라는 큰 주제를 정하고 제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초원에도, 오름에도, 바다에도 영원의 생명이 존재한다”는 그는 1982년 처음 제주도를 봤을 때 첫눈에 반해 열병을 앓다가 3년만인 1985년 2월 제주에 정착해 제주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데 모든 열정을 바쳤다. 김 작가만큼 제주의 자연을 사진으로 잘 표현한 이는 드물다고 한다.
그는 생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무,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강력한 순간을 위해 같은 장소를 헤아릴 수 없이 찾아가고 또 기다렸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찍은 사진은 20만여장에 이른다.
‘내가 본 이어도2 - 눈, 비, 안개 그리고 바람환상곡’ 작품.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미술관 제공.
근육이 위축되는 루게릭병을 앓다 숨진 그는 기자에게 “절망의 끝에 서니까 제주도를 들여다볼 수 있고, 제주 토박이 마음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4년 펴낸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에서 “대자연의 신비와 경외감을 통해 신명과 아름다움을 얻는다”고 할 정도로 제주의 자연을 사랑했던 그가 지금 제주를 보면 어떤 말을 할까. 개발의 광풍이 일고 있는 제주도에서 이제 그가 담은 찰나의 제주도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