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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제주

바람의 섬 제주…‘태풍을 고백하다’

등록 2020-05-13 13:41수정 2020-05-14 02:32

국립제주박물관·제주지방기상청 공동 특별전
12일~7월5일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태풍고백’
제주의 풍물 등을 기록한 ’탐라순력도’(1702년)
제주의 풍물 등을 기록한 ’탐라순력도’(1702년)

바람의 섬 제주는 한반도에서 태풍을 가장 먼저 맞는다. 제주의 돌담은 강한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고, 얼기설기 얽어맨 초가지붕은 날리지 않는다. 태풍을 견뎌온 제주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녹아있다. 그렇지만 자연재해는 제주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지방기상청이 공동으로 12일부터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연 특별전 ‘태풍고백’에는 태풍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번 특별전은 제주문화 형성의 주요 요소인 태풍을 인문·자연 과학적으로 조명해 파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태풍의 유익한 면모도 동시에 보여준다.

제주지역에는 해마다 3~4개의 태풍이 불어오지만 지난해에는 전례 없이 많은 6개의 태풍이 제주에 영향을 끼친 것을 계기로 태풍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이번 특별전이 마련됐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된다. 1부 ‘적도에서 불어오는 바람, 태풍’에서는 태풍에 대한 정보와 이를 관측했던 관측기기,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기록물 등을 전시한다. 2부 ‘바람이 분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에서는 태풍이 가진 파괴적인 면모와 순기능이 소개된다. 14세기 태풍으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안선 유물과 17세기 태풍에 난파된 하멜 일행의 표류기도 전시된다.

일제 강점기 때의 제주측후소 기상원부(1923년)
일제 강점기 때의 제주측후소 기상원부(1923년)

3부 ’바람으로 태어난 제주, 섬의 미학’에서는 바람과 태풍이 만들어낸 제주의 초가와 돌담, 바람에 깃든 제주사람들의 신앙(영등굿)을 볼 수 있다. 또 제주지방기상청이 소장하고 있는 관측자료 가운데 1923년도 기상원부는 제주지방기상청의 전신인 제주측후소 때 기상을 관측했던 기록으로 제주 기상관측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다.

전시 기간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는 큐레이터의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6월13일과 27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상전문가와 함께 전시실과 기상청 인근 등을 돌며 태풍 이야기를 듣는 ‘바람길 기행’도 있다.

박물관 쪽은 “태풍이 인간에게 파괴를 일삼는 단순한 기상현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현상이고, 해양생태계의 순환을 돕는 유익한 면모도 있다. 이번 전시는 태풍의 생성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급변하는 기상·기후 변화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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