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가 힘차게 유영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제주도가 제주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에 대한 조사를 벌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 9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2020년 상반기 정기 학술용역심의 요청사업 심의회를 열어 ‘남방큰돌고래 및 서식지의 문화재적 가치 조사 용역’에 대해 적정 판정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제주를 대표하는 해양포유류로 제주연안에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는 개체 수가 100~120마리에 지나지 않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남방큰돌고래는 지난 2012년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지만 어구에 걸려 폐사하는 등 개체 수 감소 위기로 보존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제주 서부지역인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신도리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로 알려졌다.
도는 이번 학술용역심의회에서 용역 적정 판단이 나옴에 따라 남방큰돌고래의 현황조사(분포범위·개체 수·해역 현황) 및 서식지에 대한 문화재적 가치 조사 용역을 추진한다. 도는 이번 용역을 통해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를 조사하고,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세계유산본부 쪽은 올해 예산을 확보해 내년 용역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용역 결과 남방큰돌고래와 서식지를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다는 결과가 나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개발 사업이 제한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9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주변에 5.56㎿급 풍력발전기 18기(100㎿)를 설치하는 ‘대정 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 동의안’을 부결한 바 있다.
돌고래 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국제적 보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을 뿐 제대로 된 보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해군기지, 대규모 항만 건설 등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상태에서 주요 서식처인 대정 앞바다마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시설로 사라진다면 멸종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철회 등을 요구해왔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남방큰돌고래가 일정한 지역에 서식하고 있어 문화재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는 단체들의 요구가 제기돼 이번 학술용역 가능 여부를 심의했다.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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